"명동을 돌아다니다 하루 저녁에 '예쁜 아가씨들 있다'는 얘기를 10번도 더 들은 적이 있어요."

13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H(33)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국 여성들과의 성매매 얘기를 꺼냈다. 일본인 N(32)씨도 "한국에 가면 일본보다 싸게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일본 남자들 사이에 쫙 퍼졌다"며 "어차피 놀러 왔는데 '즐기다 가자'는 일본 남성들도 많다"고 말했다.

명동과 강남 지역의 중·저가 호텔을 중심으로 일본인 관광객 상대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구 A호텔 도어맨 김모(35)씨는 "지난해부터 일본 중년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과 함께 다니는 일이 부쩍 늘었다"며 "저렴한 숙소를 잡고, 남은 돈으로 여성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서 일본인 남성 관광객과 한국 여성들이 함께 가라오케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일본 남성을 상대로 한 성매매가 최근 들어 서울 명동, 이태원, 강남 일부 호텔 등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06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서울의 집창촌과 변태 안마시술소 등이 주춤거리는 사이, 일본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가 크게 늘었다.경찰 단속이 강화되자 성매매 여성들이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업체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중반 일본돈 100엔(円)당 1200원 안팎이던 환율이 최근 1490원대로 치솟아 엔화가 비싸진 것도 일본인 상대 성매매가 늘어나는 이유다.

1970년대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기생관광'을 오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S(24)씨는 "저녁때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타면 야한 여자 사진이 있는 명함을 주며 성매매를 소개해 주는 기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 남성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삐끼'들도 등장했다. 삐끼들은 보통 오후 7~11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활동한다. 서울 명동에서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3)씨는 "삐끼들은 남자끼리만 온 일본 관광객을 귀신같이 알고 따라붙어 유창한 일본말로 '아가씨 있다'며 명함을 나눠 준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 전용 성매매 인터넷 사이트도 적지 않다. 일본의 검색 포털사이트에서 '데리헤루(デリヘル) 明同'(데이트 명동)이란 검색어는 명동에서 즐기는 섹스 관광을 의미한다. 이 단어로 검색하자 일본어로 된 한국 성매매 사이트 10여개가 주르륵 등장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체크인한 뒤, 이름과 호텔명, 방 번호, 좋아하는 여성의 타입을 알려주시면 원하시는 스타일의 여성을 보내드립니다. 여유롭게 관광과 식사를 한 뒤 호텔로 돌아가 다음날 아침까지 지내세요. "라고 적혀 있다. 관광가이드까지 겸한 성매매 여성을 파견해 준다는 뜻이다. '회사원·여대생은 5만엔, 탤런트·모델급은 10만엔'이라고 가격까지 표시돼 있다.

또 '××하우스'라는 업소의 사이트에는 일본어로 '한식을 먹으면서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과 밤부터 아침까지 한옥에서 놀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일본인 관광가이드 허모(여·45)씨는 "한국을 3~4번씩 찾은 일본 남성들은 일본에서 한국 성매매 정보를 미리 검색해 어디에서 즐길지 정하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