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1억명. 8~9%의 높은 성장률. 인도는 브릭스(BRICs) 열풍과 함께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인도 투자에 실망한 기업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 정부 간섭·규제에 해외 기업들 '짜증'
투자자들이 인도에 실망한 것은 인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변덕스러운 정책 탓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 정부의 부정부패에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은 데다 성장률도 둔화하면서 인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유통시장의 전면개방을 발표했다가 보름 만에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 그러다 한 달만인 지난 10일 외국계 소매기업들의 인도 유통시장 직접투자를 개방한다고 다시 밝혔다.
해외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불만이다. 영국 보다폰(Vodafone)이 한 예다. 보다폰은 지난 2008년, 네덜란드에 세운 보다폰 인터내셔널홀딩스를 통해 홍콩에 있는 인도 통신업체 허치슨 에사르를 11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도 정부는 보다폰에 자본이득세로 25억 달러를 내라고 통보했고, 보다폰은 부당한 과세라며 인도 법원에 제소, 대법원에 상고했다. 보다폰은 "네덜란드 지사가 홍콩에 있는 허치슨을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납세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도 세무당국은 허치슨 에사르의 자산이 인도에 있는 만큼 인도 당국에 납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 로펌인 니시스 드사이 어소시에이츠의 마헤시 쿠마르 변호사는 "보다폰에 대해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해외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는 것에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보다폰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AT&T, 영국의 사브밀러도 인도 당국과 이와 유사한 세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도 세무당국은 해외 기업들에 '폭탄' 세금 고지서를 나눠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인도는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서도 기업 투자 환경이 가장 나쁜 곳으로 꼽히고 있다. 홍콩의 한 컨설팅 전문업체인 폴리티컬앤이코노믹리스크 컨설팅에 따르면 아시아 12개국 가운데 인도 정부가 "기업 투자에 최악인 정부"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인도의 부실한 사회간접자본, 관료들의 부정부패, 그리고 기업들에 대한 계속된 간섭과 규제를 문제로 지적했다.
◆ 인도 성장률 둔화…증시도 하락
인도 정부에 대한 불만 뿐만 아니라, 인도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아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도의 2011년 경제성장률은 한 때 9%까지 전망됐으나 이제는 7%로 전망치가 낮아졌다. 브릭스 중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도 골칫덩이다. 인도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했고 고(高)금리가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10년에 인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인 290억달러를 순매도했고, 지난해에는 5억4000만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인도 증시가 2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