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장모(41)씨는 2006년 결혼정보업체 소개로 만난 중국인 여성 전모(28)씨와 국제결혼을 했다.

전씨와 사이에 아들(5)도 얻었다. 결혼 3년 만인 2009년 "친정에 가고 싶다"는 전씨의 바람대로 장씨는 아들과 함께 중국에 갔다. 전씨는 "아들이랑 며칠만 더 있다 갈 것이니 먼저 한국에 가 있으라"고 했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 될 줄, 장씨는 꿈에도 몰랐다. 며칠 뒤 아들은 중국에 둔 채 혼자 돌아온 전씨는 장씨에게 "2000만원을 내놓고, 한국 체류자격을 딸 수 있게 해달라. 아니면 아들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분을 삭이지 못한 장씨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 지난해 1심에서 아이의 양육권도 얻고, 위자료 1000만원도 받으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맘대로 해보라'는 전씨 앞에 법원 판결은 있으나 마나였다. 2년 넘게 아들을 못 만난 장씨는 결국 '항복'했다. 장씨는 2심 재판부에 "여자(전씨)가 해달라는 대로 해달라"고 사정했다. 재판부는 장씨 뜻대로 "이혼은 남편 책임이니, 부인에게 2500만원을 주라"고 조정했다. 장씨 잘못이 없는 게 명백하지만, '아들을 만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장씨의 딱한 사정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재판부는 말했다. 이렇게 한 뒤에야 전씨는 중국에 있던 아들을 장씨에게 보내줬다.

법원에 따르면 이처럼 외국인 신부가 자녀를 빼돌려 이혼을 요구하거나, 돈을 뜯어가는 사례가 최근 적지 않게 생기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국제결혼 가정에서 자녀 양육권이 문제가 된 분쟁이 작년에만 40건 정도 되는 것 같다"며 "국제결혼이 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기준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국제결혼은 2만6000건을 넘었다. 같은 해 8000쌍 가까운 한국 남성 외국 여성 부부가 이혼했다.

문제는 피해를 당한 남편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수사기관에 호소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녀를 영영 되찾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베트남 여성 E씨(24)와 결혼한 이모(44)씨도 지난해 E씨가 베트남으로 보낸 아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에 체류 중인 E씨는 전화로 "3000만원을 내놓고 이혼해달라. 그러면 아이를 베트남에서 데려오겠다"며 협박하고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는 "국제결혼을 할 때 섰던 신원보증을 철회해 E씨가 강제출국이라도 당하게 하고 싶지만, 아이를 영원히 만날 수 없을까 겁이나 그러지도 못한다"고 했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국제결혼을 하는 외국인 여성의 국적이 대부분 중국, 베트남, 필리핀인데 이런 나라들은 국제결혼 자녀를 미끼로 한 사기행위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에도 가입하고 있지 않다"며 "무분별한 국제결혼 제도 자체를 되짚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