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서서 한강 물길과 그 건너를 굽어보는 정자 망원정(望遠亭). 지난달 말 이곳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그룹 코요태 멤버 빽가(31·본명 백성현)와 송순옥 문화유산해설사였다. 매주 금요일 TV조선의 아침 뉴스 '모닝 뉴스 깨' 시간에 방송되는 '빽가의 사진여행' 촬영을 위해 망원정을 찾은 것. 송 해설사로부터 망원정의 유래를 설명 듣던 빽가가 틈틈이 큼지막한 카메라를 꺼내 정자 곳곳을 담았다.

'빽가의 사진여행'은 바쁜 일상 속 휴식 같은 코너. 진행자 빽가는 수도권 곳곳의 문화유산을 찾아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익힌다. 사진작가로도 이름난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중간 중간 곁들여진다.

빽가는 "나와 참 성격이 맞는 프로그램"이라며 미소 지었다. "다른 멤버들(신지·김종민)과 달리 예능 프로랑은 맞지 않았어요. 많은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서 정체성의 혼돈도 느꼈죠. 사진가로서의 저를 보여 드릴 수 있게 돼 참 기쁩니다."

지금까지 그가 다녀온 곳은 여주 신륵사와 고달사터, 서울 성균관과 사직공원, 남양주 다산 정약용 생가와 양평 용문사 등이다. 그는 "문화유산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바뀌었다"고 했다. "불이 났을 때 우연히 현장에 있었어요. 기와지붕이 무너져 내릴 때 울음을 터뜨리던 사람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고, 제 가슴도 콱 막혔습니다. 문화유산이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죠."

지난달 TV조선‘빽가의 사진여행’촬영을 위해 서울 합정동 망원정을 찾은 빽가가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프로그램에 소개하는 몇 컷의 사진을 위해 매번 150~200장씩 찍은 뒤 고르고 또 고른다고 한다. 사실 '사진작가 백성현'은 '가수 빽가' 못지않은 이력이다. 가수 신분을 숨긴 채 직접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던 중 2006년 한 패션지의 눈에 띄면서 '신분'이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이후 비·김태우·휘성·타블로 등 숱한 동료 가수들의 앨범 작업을 맡았고 2007년 개인 스튜디오까지 차렸다. 10여 차례 개인전시회를 열어 마련한 수익금으로 불우 이웃이나 장애인 등을 돕고 직접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하는 등 조용히 재능 기부도 해왔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 로봇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나는 부모님 사진기를 가지고 놀았어요. 그때부터 사진기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진로도 일찌감치 정해 사진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죠. 다들 연예인하다가 사진가가 된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웃음)

그는 "비싼 장비가 있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절대 아니다"고 했다. "제가 즐겨 쓰는 건 3000원짜리 구식 아날로그 필름이에요. 내가 찍은 사진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사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것이라도 즐거워질 겁니다. 즐겁게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