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 시즌'이 시작됐지만 지난 여덟 분기 동안 이어져 온 두자릿 수 순익 증가율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어닝 서프라이즈(실제 실적이 예상을 넘어서는 깜짝 실적)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벌써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금융정보 업체인 S&P 캐피탈IQ를 인용해 작년 4분기 S&P500에 포함된 500개 대형 기업의 순익 증가율이 1년 전에 비해 7.2%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작년 10월의 전망치인 14.5%를 크게 밑도는 숫자다. 특히 2010년 4분기 미국 보험사인 AIG그룹이 큰 손실을 보면서 발생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둔화 폭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금융정보업체인 팩트셋의 존 버터스 애널리스트는 "사이클 상에서는 실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어두운 전망이 줄을 잇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한데다 고성장을 이뤘던 신흥시장국들이 주춤하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주요 수출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의 부진이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사는 태국 홍수 여파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회사도 여의치 않다. 은행들이 기업공개(IPO)나 자본 확충을 미루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작년 4분기 순익이 38억달러 증가해, 1년 전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3분기 3.5% 감소한 것보다 악화한 실적이다. 씨티그룹이나 골드만삭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눈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사인 알코아에 쏠려 있다. 9일 뉴욕 증시 마감 직후 실적을 발표하며 '어닝 시즌' 첫 테이프를 끊는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손실을 점치고 있다. 한달 전 7% 순익 증가에서 1%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알코아는 지난주 알루미늄 가격 하락에 대응하고, 생산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제련시설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은 3%로 더욱 나쁘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유럽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다 기업들이 비용 감축 방안을 실제 단행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