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부터 서울 시내 초·중·고교에 적용될 예정이던 서울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9일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오는 9일 재의(再議)를 요구하기로 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법령을 위반했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칠 때,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시의회는 재의 요구서가 도착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재의결에 부쳐야 한다.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의 요구 결정은 학생인권조례 내용이 상위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위배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집회의 자유, 두발·복장 자유, 성적(性的)지향이나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조례가 공포될 경우 모든 학교는 똑같은 학생생활 학칙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는 학생의 장학지도를 단위 학교의 학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조례안에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도 재의 요구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조례안은 지난해 8월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 진보·좌파 시민단체가 만들어 발의한 것으로, 최근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른 '왕따 폭력' 사건도 학생인권조례 재의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체벌, 소지품 검사, 일기장 검사 등을 금지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왕따 가해 학생 생활지도를 어렵게 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교총 등 교원·학부모 단체로 이뤄진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는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면 학교 단위에서 교사의 적극적인 생활지도가 이뤄져야 하는데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는 "서울 시민 10만명 서명을 받아 발의됐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 시의회를 통과한만큼 교육청은 조례를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