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공연장 '압구정 예홀'에서 이색 자선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장에 가득 들어찬 관객 500여명은 힙합 가수 버벌진트,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 등 출연진 10여팀이 선보이는 화려한 공연에 환호했다. 그러다가도 공연 사이사이 출연진이 아프리카의 기아(饑餓)와 에이즈 환자 등에 대해 설명할 때면 순식간에 숙연해지며 생각에들 잠겼다. 이지혜(21)씨는 "이 콘서트 입장료 4만원으로 아프리카인 8명을 살릴 백신을 후원한다고 들었다"며 "이런 의미 있는 콘서트에 동참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날 공연은 비영리단체 '필란스로피스츠(The Philanthropists·박애주의자)'가 기획했다. 수익금은 전액 아프리카 르완다 여고생들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과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폐렴 백신을 사는 데 쓰인다. 기업 후원을 전혀 받지 않고 회원들의 기부금과 아티스트들의 재능 기부, 그리고 공연 시설 업체 관계자들의 자발적 지원으로 준비했다.
필란스로피스츠는 2009년 말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인 청년들이 사회 연구 단체로 결성했다. 그해 겨울 한국에 와 지역 아동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했던 중·고교 동창 김기동(24·카네기멜론대 경제통계학 4년), 정래준(25·조지타운대 금융 전공 4년), 김형준(24·뱁슨칼리지 마케팅 전공 4년)씨가 '세상에 도움되는 사회운동'을 꿈꾸며 만들었다.
이후 회원이 계속 늘어 현재는 미국·유럽·중국·일본 등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35명이 활동한다. 회원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같은 학교나 같은 전공 출신은 3명 이상 뽑지 않는다. 매주 두 차례 오프라인이나 인터넷 화상 채팅으로 세미나를 열고, 요점을 정리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린다.
그 결과, 여러 기발한 프로젝트가 나왔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에서 1일 자선 카페를 열어 1000만원을 모아 3000여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는 캄보디아 캄폿 지역에 우물 17개를 선물했다. 제3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비영리단체에 무료로 비즈니스 컨설팅을 해주고, 그간의 세미나 자료를 총정리해 최근 잡지도 냈다.
올여름 방학에는 서울에 있는 여러 대학의 사회 공헌 동아리와 함께 사회 발전을 주제로 콘퍼런스도 열 예정이다. 김기동 회장은 "나이가 들더라도 세상을 밝히는 힘인 '청년'으로 계속 남고 싶다"며 "부족하나마 우리가 배운 지식을 국제사회를 위해 활용하고, 젊은 층도 사회적 책임에 관해 생각해보자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