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5일 미군 병력 감축과 해외 미군 전략의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돌리는 새로운 국방전략을 밝히면서 "한반도에서 지상전이 벌어지고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연합전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미국이 직면한 도전은 미군, 미국이 혼자서 감당할 수 없고,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2개 주요 전쟁 동시 수행전략' 포기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동맹국들이 느끼는 우려를 가라앉히려 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패네타 장관이 한반도와 중동에서 동시에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연합전력'이 그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단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과거 미군이 해왔던 군사적 역할을 상당 부분 떠맡아 줘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에 대비해 세워 놓은 작전계획 5027은 미국이 전쟁 발발 90일 이내에 병력 69만여명, 함정 160여척, 항공기 2500여대 등의 대규모 미 증원군을 한반도에 파견한다는 전제 아래 짜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전시 작전권 전환에 반대한 사람들의 주요한 논거 중 하나가 작전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사 체제가 무너지면 미 증원군 규모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우리 예산과 전력으로 그 부족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추가 부담을 지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미국이 제시한 새 국방전략은 한반도 유사시 증원군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10만~20만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 군의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준비가 어디까지 진척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걱정했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국방의 최우선 순위는 북한의 도발을 억지(抑止)하는 데 맞춰져 있다. 우리 동맹국인 미국이 해외 미군 전략의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돌리겠다는 것은 북한이 아닌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의 급부상으로 닥칠지 모르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익 보호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일본도 한반도 주변에서 군비(軍備)를 쌓아 가고 있다. 세계 1·2·3위의 경제 대국과 군사력 확충 경쟁을 벌이는 것은 우리 국력으론 버거운 일이고, 또 현명한 선택도 아니다. 한미 동맹에만 의존해 온 우리 안보 시스템을 동북아 주변 환경 변화에 맞춰 다변화된 외교(外交)를 접목해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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