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집값이 하락하는 일본에서는 주택정책의 중점 과제 중 하나가 부동산 가격 올리기다. 집값이 올라야 디플레이션 탈출도 가능하고, 세수(稅收)도 늘릴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한때 집값을 잡기 위해 벤치마킹했던 재건축 규제 제도를 대폭 풀고, 부모들이 자녀에게 집 사주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일종의 '부동산 투기 촉진책'을 도입하고 있다.
◇"재건축 제발 좀 해주세요"
일본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주민 동의율을 현행 '5분의 4'에서 '3분의 2'로 낮추는 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재건축 공사 기간 주민들에게 공영주택을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지원책도 검토 중이다. 동의율 완화는 고령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주민 중 고령자 비율이 높은데, 노인들이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아파트를 재건축하느냐" "공사 기간에 어디서 살라는 거냐"며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재건축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아파트는 11만개 단지(570만 가구)지만, 재건축이 이뤄진 곳은 180개 단지에 불과하다. 약 3만 가구는 노후화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3·11 대지진'을 계기로 내진 설비를 갖추지 못한 낡은 아파트에 대해 불안해하는 주민들도 많다. 일본 정부는 재건축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아파트 단지들이 대거 슬럼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집 좀 사주세요"
일본 정부는 부모들이 자녀의 주택구매에 돈을 보태는 증여(사전상속)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올해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제도는 한마디로 돈 많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집을 사주라는 제도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2년간 자녀의 주택구매 증여에 대해 최대 1500만엔(약 2억24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4000만엔(약 5억9850만원)까지는 과세를 상속시점(부모 사망시점)까지 유예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이 제도는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로 작년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수감소보다는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각종 집값 부양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빈집이 대거 남아돌고 있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