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양궁연맹(FITA)은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의 임동현(26)을 '양궁계의 로저 페더러'라고 부른다. 임동현은 충북체고 2학년 때인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남자 국가대표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건 금메달이 5개. 세계선수권대회도 4차례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고, 2007년엔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임동현은 "한때 목표 의식을 잃고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사다난했던 2011년을 보내고 나니 활을 처음 잡는 것처럼 마음이 새로워졌다"며 "한국 남자 양궁이 한 번도 따지 못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반드시 목에 걸고 싶다"고 했다.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다

임동현은 지난해 2월 3시간에 걸쳐 오른쪽 광대뼈 쪽에 퍼진 종양을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이후 기침만 해도 코피가 10여분 동안 쏟아지곤 했다. 수술 후 18일 만에 처음 활을 잡은 날 저녁,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다시 코피가 터져 멈추지 않았다. 응급실로 실려간 임동현은 치료 도중 갑자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한국 남자 양궁의 간판스타 임동현은 런던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위인 미국의 브래디 앨리슨을 제치고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다. 양궁 강국인 한국은 올림픽 남자 개인전에선 한 번도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장영술 대표팀 총감독과 오선택 남자대표팀 감독은 "양궁을 계속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 목숨까지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가까스로 회복한 임동현은 호주에서 열린 대표팀 평가전(3월 14일)을 일주일 앞두고서 활을 다시 잡았다. 몸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악으로 버틴 평가전

임동현은 그래도 활을 놓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에서 한 번 탈락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더 독하게 덤벼들었다"고 했다. 초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8월 1차 크로아티아 월드컵에선 개인전 16강에서 무명에 가까운 미국 선수에 덜미가 잡혔다. 단체전에서 낮은 득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는 당시 "내가 괜한 욕심 부려 팀에 해가 되지 않았는지 자책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10월 초 올림픽 경기장인 런던 로즈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올림픽 테스트이벤트 예선 라운드에서 693점을 쏴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을 2점 경신하기도 했다.

새롭게 활을 잡는 기분으로 쏜다

임동현은 "2011년은 양궁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게 해 준 뜻깊은 한 해였다"고 말했다.

"활을 쏘면 항상 즐거웠어요. 그런데 올림픽 개인전을 두 번 실패하니 스스로 위축돼 목표의식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더라고요. 2011년에 큰일을 당하고 곤두박질 치면서 다시 올라가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임동현이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선 국내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임동현·오진혁·김우진 등 2011년 대표선수를 비롯한 8명이 3월부터 치열한 선발전을 치른다. 그는 "국내 선수들의 실력이 비슷해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다"며 "현재 70% 정도인 몸 상태를 3월까지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런던 금메달을 다툴 경쟁자로 현 세계랭킹 1위인 미국의 브래디 앨리슨을 꼽았다. 앨리슨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에게 강했다. 임동현도 2011년 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개인전 결승에서 2대6으로 졌다. 임동현은 "강한 상대이긴 하지만 내가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