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친구들의 왕따와 폭력으로 대구에서 일어났던 중학생 자살사건, 지역 비행청소년의 괴롭힘으로 고통받던 충주 여고생의 자살사건이 예사롭게 여겨지질 않는다. 괴롭힘을 장난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과연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뿐인가? 우리나라 도로 곳곳에서도 끼어들기,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과속 등 분명히 잘못된 일인데도 아이들의 장난처럼 쉽게 저질러지는 법규위반이 빈번하다. 이것이 바로 배려하지 않으려는 문화의 단면이다. 대화와 소통이 적었던 어린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운전하게 되었을 때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른 채 그대로 행동이나 운전 특성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올해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도로에 넘쳐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통약자 배려문화운동'을 범시민 생활실천운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안산시와 함께 발대식을 갖고 출발했는데 올해 상반기에 개선점을 보완해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통약자라 하면 운전자 중에서도 어르신, 임산부, 장애인, 초보운전자를 비롯해 유아를 동반한 운전자를 말한다. 신체적이든 환경적이든 운전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대형마트 등에 차량 부착용 스티커를 늘 비치해 놓기로 했다. 차량 뒤쪽 유리창에 부착해 자신이 교통약자임을 밝히고 상대 운전자들의 배려를 부탁하는 것이다.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이 보이면 차간 거리를 유지해 주고 예측운전을 할 수 있어 교통사고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하게 된다.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교통사고로 인해 수천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는다. 국가 차원에서 따지자면 연간 10조원이 넘는 사회적 피해비용이다. 이제야말로 IT·반도체·조선 등 세계 1위인 다른 분야에 비해 최하위권에 있는 우리의 교통안전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은 남을 배려하는 문화이며, 도로 곳곳에서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대접받고 싶다면 먼저 대접하라'는 말처럼 배려의 문화는 강요에 의해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려받은 만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데서 비롯된다. 모든 분에게 배려하는 운전습관이 몸에 배어 새해에는 천천히 여유 있게 안전운전을 실천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