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재차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 그동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나라와 위기대응에 실패한 나라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시리즈로 분석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스투르가탄(Sturegatan) 지역에 있는 JB콤페텐스 요리학교.

실업자를 대상으로 나라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소 중 한 곳이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하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30여명의 훈련생이 4개 교실로 나뉘어 들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잉겔라(38)는 지난 9월부터 초급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종교시설 행정사무실에서 5년간 일했던 그는 5명이던 사무직원이 3명으로 줄면서 지난 5월 실직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스톡홀름 관광객이 늘면서 요리사를 구하는 레스토랑이 많아 요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직장에서 받던 봉급의 70% 수준인 하루 480크로나(약 8만원)의 실업 급여를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2010년에 스웨덴의 실업률은 8.4%까지 올라갔다.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8.4%)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글로벌 경제 위기에 취약한 구조다. 게다가 세수(稅收)는 줄고 지급할 실업수당은 늘었으니, 스웨덴 정부의 곳간도 유럽의 다른 재정 위기국가들처럼 비어 있을 법하다. 하지만 스웨덴의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39.7%(2010년 기준 세계은행)에 불과하다. 이제 막 복지 국가로 눈돌리려는 한국(33.4%)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피터 노르만(Norman) 스웨덴 금융시장부 장관은 "위기 상황에서 직업 교육과 실업 급여 등에 과감하게 투자한 덕분에 고용이 늘어나 경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이 모든 부양책은 정부 재정이 탄탄했던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의 결과 2010년 8.4%까지 치솟았던 스웨덴의 실업률은 2011년 3분기에 7.4%까지 떨어졌다. 스웨덴 정부는 2012년과 2013년에 실업률이 6.8%, 5.8%로 낮아질 것으로 본다.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JB콤페텐스 요리학교에서 수강생들이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실업자인 수강생들은 국가에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요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

스톡홀름 중앙역 근처의 쇼핑 중심가인 바사가탄(Vasagatan) 거리. 연말연시를 앞두고 스타디움(Stadium)이나 에이치엔엠(H&M) 같은 패션·스포츠브랜드 매장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레스토랑 '옌센 보프 후스'에는 저녁 시간이 되자 대기석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자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소비 심리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월 스웨덴의 소매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하며 바닥을 다진 후, 11월에는 0.8%로 증가폭이 커졌다.

스웨덴은 뼈를 깎는 재정 개혁으로 1998년 재정 균형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고, 그렇게 확보한 재정을 일자리 창출 정책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2010년 스웨덴에서 총 실업자 중 장기 실업자(12개월 이상 실직상태) 비율은 16.6%로 OECD 평균(32.4%)의 절반에 불과하다. 영국(32.6%), 독일(47.4%), 프랑스(40.1%), 이탈리아(48.5%)보다 훨씬 낮다. 스웨덴 국립경제연구소(NIER) 고란 헬름(Hjelm) 박사는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국민의 총 소득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춰 불황의 충격을 줄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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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만 장관은 "요즘 스웨덴에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늘면 실업 급여 지출이 줄고 세수가 늘어 복지 혜택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2009년 법인세율을 28%에서 26.3%로 낮췄다. 대학 연구소와 기업체를 한 곳에 모아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덕분에 올해 스웨덴에서 새로 등록된 법인 수는 지난해보다 7% 정도 늘었다.

최연혁 쇠데르턴대학 교수는 "스웨덴은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이를 통해 외부의 경제위기를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