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 11월 재선 가능성
한국 등 동맹국들의 '기여' 바탕, 中 야심 견제하는 방향 택할 듯… 北 핵 확산 막으려 대화로 관리
올해 11월 열리는 미 대선에 대한 수치상의 지표는 버락 오바마(50) 대통령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제, 9%를 넘나드는 실업률과 맞물려 그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0%대 초반까지 추락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의 당선을 예측하는 것은 '자질'과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그래도 오바마만한 인물이 없다"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민들은 오바마가 기울어가는 미국의 '수퍼 파워' 지위를 되살려놓고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수렁 속에서 미국을 이끌고 있는 오바마는 이를 위해 과거 정부처럼 돈과 군사력을 무제한으로 투입할 여력이 없다. 오바마가 바라보는 미국의 지향점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되,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새로운 형태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고, 그만큼 오바마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는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동맹국과의 협조 강화'와 '스마트 외교 확대'를 강조한다. 이 같은 기조는 이미 지난해 '아랍의 봄' 과정에서 드러났다. 오바마는 리비아 내전에선 '뒤에서 이끈다'(leading from behind)는 개념을 선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오바마 독트린'이라고 불렀다. 과거처럼 세계 모든 이슈에 미국이 최전선에 나서며 돈과 군사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방식과 달리, 동맹국들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 내고 미국은 한발 뒤에서 지원하는 형태였다.
2012년 오바마 외교정책의 주(主) 무대는 아시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2009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미 "첫 번째 태평양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약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정리 수순에 들어가는 올해부터다.
오바마의 이런 '정책 시프트'는 위기에 빠진 경제 회복과 위협받는 세계 패권 수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경제위기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아시아 시장은 미국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도 이런 아시아 개입정책의 핵심적 요소다. 오바마는 지난해 말 아시아 순방기간 중 미 해병대 호주 주둔계획 발표, 인도네시아 전투기 공급, 필리핀 군사동맹 업그레이드를 잇따라 실행했다. 미얀마에는 52년 만에 처음으로 국무장관을 파견했다. 이미 한국·일본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고 미얀마마저 끌어안으면서 중국에 대한 완벽한 포위망을 형성했다. 오바마는 중국과 협력을 우선시하겠지만, 중국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아·태지역의 패권을 놓고 중국과의 일전을 불사할 수도 있다.
김정일의 급사(急死)로 요동치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핵 비확산'에 중점을 두고 대화를 통한 '관리(management)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中 시진핑, 10월 권력 넘겨받아
집단지도체제 내 의견 조율 역점, 美에 맞서려 對러시아 외교 강화…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도 힘쓸 듯
'추쥔(儲君)'. 황태자를 뜻하는 이 중국어 단어는 중화권 언론이 시진핑(習近平·59) 중국 국가 부주석을 언급할 때 단골로 붙이는 별칭이다. 그가 올해 10월 18차 당 대회를 통해 중국의 새로운 10년을 이끌 차기 지도자가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력 승계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국 공산당은 권력 교체를 5~10년 앞두고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정한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가 실각하면서 갑작스럽게 발탁됐지만, 후진타오(胡錦濤) 현 주석만 해도 집권 10년 전인 1992년에 이미 다음 최고지도자로 예고됐다. 시 부주석 역시 2007년 17차 당 대회에서 차기 최고지도자로 부상했다. 2010년 10월에는 군권을 총괄하는 군사위 부주석에 선임되면서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시 부주석은 서방 언론으로부터 간결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즐기는 강한 인상의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유약한 모범생의 이미지인 후 주석과 차이가 있다. 2009년 2월 멕시코 방문 당시 현지 화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 이런 인상을 더했다. 그는 당시 중국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서방에 "중국이 13억 인구의 먹는 문제를 해결한 것만 해도 인류에 큰 공헌을 한 것이다. 밥 먹고 할 일 없는 외국인들이 우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가 집권할 10년을 ‘시련기’로 전망한다. 빈부·지역 격차와 이익집단의 욕구 분출, 정치 개혁 논란 등 고도성장으로 인한 각종 후유증이 격화될 시기라는 것이다. 당·정 내부의 의견 통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내정(內政)에서는 집단지도체제(공산당 정치국 상무위) 내의 화합과 의견 조율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대외정책에서는 개성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대외 정책으로 자신의 업적을 과시해 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미·중 국교 정상화를 통해 서방에 문을 열었고, 장쩌민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통해 서방체제 편입을 가속화했다. 후 주석은 일본·대만 관계 회복에 주력했다.
시 부주석 시대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에 맞서기 위한 대(對)러시아 외교 강화,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큰 방향이 될 것으로 베이징 정가는 보고 있다. 시 부주석은 2010년 3월 러시아 방문 당시 푸틴 총리와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 총리는 “대만 문제를 포함한 모든 국제 문제에서 중국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고, 시 부주석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와 아시아 지역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대미 관계는 낙관하기 어렵다. 시 부주석은 2009년 취임 후 첫 방중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했지만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 올 상반기로 예정된 첫 방미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실질적인 첫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푸틴, 3월 대선 당선 유력
10대 경제국 바탕 유라시아聯 추진 中과 경협… 유럽 중시형서 벗어나… 美와의 관계는 한층 껄끄러워질 듯
작년 말 러시아 총선에서 집권당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선 반(反)푸틴 구호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60) 러시아 총리가 패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푸틴 지지율은 2위인 야권 후보보다 5배 이상 높아 현재로선 의미 있는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푸틴은 2000년부터 대통령을 연임하고 ‘3회 이상 연속 재임 금지’라는 헌법 조항 때문에 2008년 총리로 물러났다가 올해 다시 대통령에 도전한다. 러시아에서도 이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푸틴의 인기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푸틴은 3월 4일 대선 승리 후 펼칠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미 준비해놨다. 우선 구(舊)소련 해체 이후 쪼개진 15개국을 경제연합 형태로 다시 묶어 ‘유라시아연합’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옛 소련 지역 국가들의 맹주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러시아가 국내총생산(GDP) 1조8900억달러의 10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축적한 경제력과 자신감에서 나왔다. 소련의 새로운 버전인 ‘소비에트 연방 2.0’을 만들겠다는 푸틴의 구상에 대해 이미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는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푸틴은 러시아 외교의 무게중심을 아시아에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의 드미트리 모스야코프 아시아센터장은 “러시아 외교정책은 1990년대 유럽에 초점을 맞춰 아시아를 소홀히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푸틴은 작년 10월 중국을 방문해 70억달러 규모의 경협에 합의하는 등 점차 아시아 중시 외교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아시아에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보다 천연가스 판매 등 경제적인 필요 때문이다. 아시아와 가까운 동시베리아·극동에는 전 세계 가스매장량의 25%가 묻혀 있지만 개발은 막 시작한 상태여서 잠정 판매대상국들인 한·중·일 3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또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복귀’ 선언으로 국제무대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자, 푸틴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푸틴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접근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강화를 경계해, 작년부터 김정일을 러시아로 초청하고, 식량 5만t을 지원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측근인 미하일 프라드코프 해외정보국장을 보내 북한의 신(新)지도부와의 네트워크도 다져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드베데프 정권에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하며 화해 분위기로 돌아섰던 미국과의 관계는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외교에서 ‘소프트파워’를 중시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푸틴의 재집권 후 민주주의와 인권 침해 등을 계속 거론할 것이고 푸틴 역시 이에 강하게 맞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