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옛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건물 자리에 민주화운동기념관이 들어설 전망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정성헌 이사장을 만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고, 원칙적으로 (기념관 건립 계획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산 중정 건물들은 서울시 푸른도시국과 맑은환경본부, 도시안전본부, 교통방송(TBS), 서울유스호스텔,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으로 나뉘어 쓰이고 있으며, 내년 신청사를 다 지으면 이 중 도시안전본부 등 3개 부서가 나갈 예정이다.
민주화운동기념관은 2002년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꾸준히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 90만건을 전시·보관하고 있는 사업회는 지금껏 서울시와 정부에 남영동 대공분실, 서대문독립공원, 용산민족공원, 상암동 월드컵공원 등에 기념관을 지을 공간이 있는지 타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시 신청사가 완공되면 현재 서울시 별관 등으로 쓰는 남산 옛 중정 자리에 일부 유휴 공간이 생김에 따라 이를 활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시장이 이를 수락한 것이다. 박 시장이 사업회 유영래 부이사장과 윤이상평화재단 이사를 함께 한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회는 기념관을 만드는데 495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 지원금과 민간 모금 등으로 비용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료를 저렴하게 받는 지원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회 관계자는 "과거 독재정권 당시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던 곳이라 역사적 의미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보부는 남산 본관을 1972년 준공했고, 1981년 이름을 국가안전기획부로 바꾼 뒤에도 계속 본거지로 삼다가 1995년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기면서 건물을 서울시로 넘겼다. 전임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이 건물들을 허물고 공원을 만들려 했으나 "멀쩡한 시설을 부수는 건 자원 낭비"라는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업회는 기념관에 전시실과 수장고, 국제교류센터, 시민교육센터 등을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