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찾아뵀어야 하는데…. 끝까지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14)군이 세상을 떠난 지 8일 만인 28일 김군을 가르쳤던 대구 모 중학교 교감과 담임교사 등 8명이 용서를 빌기 위해 김군 부모 집을 찾았다.

까만 양복 차림의 담임교사가 네모난 종이상자를 건넸다. 아버지(48·고교 교사)는 가만히 받아 들고 천장을 한참 바라봤다. 교사가 "○○이가 두고 간 교과서와 소지품을 챙겨왔다"고 하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차마 뜯어보지는 못했다.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에 초췌해 보이는 아버지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는 어머니(47·중학교 교사)가 "앉으세요"하자 교사 8명은 두 무릎을 꿇었다.

교감이 "갑자기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경황이 없어 이제야 찾아뵙게 돼 송구스럽습니다"하고 말을 꺼냈다. 교감은 "○○이가 좋은 세상에 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으로 빌겠다"며 "내일 종업식 때도 교사와 학생 모두 ○○이에 대한 애도를 표하겠다"고 했다. 김군의 부모는 눈을 맞추지도 못한 채 한숨만 쉬었다.

교감이 "면목이 없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우리 ○○이가 ○○중학교 참 좋아했었는데…"하며 입을 열었다. "가장 큰 죄인은 아이의 고통을 몰랐던 부모지만 사실 주변에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하며 울먹였다.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14)군이 다녔던 중학교의 교감과 교사 등 8명이 대구 수성구의 김군 부모(왼쪽 2명) 집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잠시 후 어머니가 "사실 학교가 참 원망스럽고 그 아이들(가해 학생)이 참 밉다"고 했다. 교사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다.

어머니는 "그 아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했으면 좋겠고, 추가로 밝혀지고 있는 가해 학생들도 학교에서 잘 조치했으면 좋겠다"며 "지난 7월에도 한 학생에게 그런 일(자살)이 있었는데 얼마 안 돼 또 이런 일이 생기도록 학교에서는 뭐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교사들은 "교사들도 너무 큰 충격이었고 남은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런 일(학교폭력 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는 지금 큰 애(김군의 형)가 제일 걱정이다. 집에 사람들이 오는 것조차 예민해하고 있다. 이제 곧 큰 애가 돌아올 시간인데…"하고 말끝을 흐리며 일어섰다. 교사들도 모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을 나서기 전 김군 방에 들어간 교감과 담임교사는 책상 위에 놓인 김군 영정사진을 어루만졌다. 그 옆에 놓인 중학교 학생증을 집어들고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경찰은 김군을 괴롭힌 서모(14)군과 우모(14)군 등 2명에 대해 상습폭행 및 상습상해 혐의로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