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 최구식 의원의 자진탈당을 권유하는 동시에 '국회의원의 회기 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철저한 수사를 국민 앞에 다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최 의원의 전·현직 비서들이 연루된 이번 사건에서 한나라당이 최 의원을 보호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성역 없는 수사를 앞장서 요구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만일 최 의원에게 혐의가 있다면 지체 없이 수사를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현행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원의 권리를 방패막이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정리했다.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 국회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된 경우라도 국회 요구에 의해 석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그동안 이 조항에 의지해 검찰의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준 일이 거의 없다. 2000년 이후 본회의에 상정된 19건의 체포동의안 중 10건은 폐기되거나 철회됐고, 본회의에 올라간 9건 중 8건이 부결됐다. 작년에 학교 공금 횡령 혐의를 받은 민주당 강성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게 유일했다. 의원들이 '동료를 감싼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법적으로 없앨 수는 없는 만큼 이번 한나라당의 조치는 선언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개헌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총에서 당론으로 정해 우리 스스로 포기를 결의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야당을 위한 성격이 강해 민주당에는 요구할 수 없어 우리가 먼저 포기하고 향후 국회 전체로 확산시켜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동등한 위치에 있도록 요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한 주광덕 비대위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데 수사를 피해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선 안 된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불체포특권과 달리 면책특권은 유지하기로 했다. 각종 의혹을 제기하거나 여야(與野)가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100%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할 수 있는데 면책특권이 없으면 그런 활동이 위축된다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