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에 들어가려면 꼭 입시 미술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2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그리다 꿈' 카페에선 특별한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코끼리 머리에 사람 몸을 합친 그림 등 다소 엉뚱한 그림 50점이 등장했다. 미대 진학을 꿈꾸지만 입시 미술 학원은 다니지 않는 고교생 31명이 그린 작품들이다. 지난 3일간 열린 전시회에는 이들의 가족과 친구 등 220명이 다녀갔다.

전시회를 기획한 사람은 강채원(17·일산 저동고2)양과 임재하(17·고양 백마고2)군이다. 강양은 "친구 재하와 함께 오스트리아 화가인 에곤 실레가 열여덟 살 때 처음 전시회를 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은 나이인 우리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입시 미술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미대를 꿈꾸며 전시회를 연 강채원(왼쪽)양과 임재 하군이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강양의 작품(사진 가운데)‘ 블루데이(우울한 날)’를 설명하고 있다.

둘은 지난 8월 포털 사이트 '싸이월드'에서 주최하는 '드림캠페인'에 응모했다. 응모자 중에서 대상자를 뽑아 소원을 들어주는 캠페인이었다. 둘은 입시 미술을 하지 않는 자기들의 전시회를 열어달라는 글과 함께, 지금까지 그린 작품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순식간에 네티즌 500여명이 추천을 했고 김형관 작가 등 전문가 10여명의 심사도 통과했다. 강양과 임군처럼 입시 미술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서 미대 진학을 꿈꾸는 고교생 29명도 더 선정됐다.

디자이너가 꿈인 강양은 중학생 때는 예고에 들어가려고 입시 미술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매달 50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고교 진학 후 경제적 형편은 나아졌지만 강양은 여전히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대신 그는 다양한 공모전에 참가한다. 작가 전시회가 열리면 찾아가 질문을 하고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의 공연 포스터를 그려준다. 강양은 "학원 갈 시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군은 "전시를 통해 우리처럼 학원을 안 다니면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다른 고교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