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파키스탄 내에서 무인기(드론)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고 CNN이 24일 보도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 나토군이 오폭으로 파키스탄 병사 24명을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냉각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도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6주 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기지를 둔 미 중앙정보국(CIA) 무인기가 파키스탄에서 하던 정찰 및 공습 활동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파키스탄 내 무인기 공습을 잠정 중단한 것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군이 지난 5월 파키스탄 영토 안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펼친 이후 양국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파키스탄 당국은 미국이 사전통보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인기 공습에 나서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 정부는 2004년 이후 CIA 주도로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 숨어 있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 등의 고위 지도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무인기를 이용해왔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테러 단체와 연관된 징후가 보이는 하급 조직원뿐 아니라 테러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누구나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무인기 공습은 파키스탄인들의 분노를 사고 외교적 마찰을 일으켜 오히려 미국의 이익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한편 미국이 파키스탄 지역에서의 무인기 공습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최근 6주간 무인기 공격을 중단한 것은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적 고려 외에 파키스탄 지역의 기상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이 또다시 무인기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무장집단 하카니가 빈 라덴 사살 이후 미국 군사전략의 새로운 타깃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하카니에 대한 정보 수집과 공격을 위해서라도 무인기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