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약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나는 지금 어떤 이민자를 떠올리고 있다. 그는 비눗방울보다 더 가볍고 불확실한 희망에 모든 것을 걸고, 대양을 건너는 컨테이너 속에 숨어들었다. 대도시의 개방적인 공기를 호흡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부족한 산소와 물로 버텼다. 마침내 일자리를 얻었고, 몇 년이 지났다.
나는 전철역과 우리 집 사이에 놓인 시장에서 그를 본다. 거리의 모퉁이에는 전화기가 놓여 있다. 국제전화를 걸 수 있는 상점이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빠른 외국어로 통화한다. 상점 간판에는 불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얼굴들이 환하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가족의 목소리가 그들 내부의 빛을 밝혀놓았기 때문이다. 검은 얼굴의 이민자는 부러운 듯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주머니에서 명함 크기만 한 가족사진 한 장을 꺼낸다.
문득 '달 전화기'라는 시가 떠오른다. 냉장고를 도색하느라 손톱이 은색으로 변한,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쓴 시다. 시 속의 젊은이는 국제통화료가 비싸기 때문에 달을 바라보며 어머니에게 할 말을 읊조린다. 그러면 달에서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온다. 세상의 어떤 기기로도 수신할 수 없는, 오직 심장에서 심장으로만 전해지는 파동이 달을 통과해 도시의 하늘을 메운다.
연말이다. 도로와 건물 위로, 매연에 그을린 구름 위로, 이민자들의 안부 인사가 메아리치느라 지구는 한동안 부풀어 오를 것이다. 사진을 지갑에 도로 넣고 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넣은 검은 얼굴의 이민자여, 당신의 희망이 달이 아닌 지구 위에서 펼쳐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