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대구의 김모(14·중2)군이 지난 20일 투신에 앞서 어머니의 휴대전화에 입력돼 있던 자신의 전화번호를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김군의 모친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뒤 휴대전화에서 아들의 이름이 지워진 것을 발견했다”며 “19일 아들이 내 휴대전화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것을 봤지만, 자기 번호를 지우고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이 자신의 죽음을 가족들이 빨리 잊어주길 바라는 의도에서 직접 번호를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서모(14)군과 우모(14)군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김군의 유서에 적힌 ‘물고문’과 ‘전깃줄을 목에 걸고 끌고 다녔다’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건을 수사하는 대구 수성경찰서는 “피해학생의 유서에 있는 내용과 가해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숨진 김모군을 괴롭혀온 가해학생 2명이 진상조사를 받기 위해 교사와 경찰관과 함께 학교 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물고문’의 경우 가해 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물고문을 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지목받은 학생은 “내가 물고문을 제의하기는 했지만, 위험할 것 같아 실제로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깃줄을 이용한 가혹행위’의 경우 두 학생은 서로 상대방이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 가운데 물고문과 전깃줄을 목에 걸었다는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가해학생들이 대체로 시인을 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이 살던 아파트 1층 출입문의 CCTV 화면 분석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범행 횟수와 시기 등을 재심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