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중화(中華)의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해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07년 외국인 관광객 50만명을 넘긴 지 불과 4년 만에 2배가 넘는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이런 증가세는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 올해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은 56만여명에 이른다. 2008년 2월부터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 무사증(無査證) 입국이 전면 허용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2000년 5만7000여명에서 2009년 25만8000여명으로, 다시 2년 만인 올해는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양적인 증가뿐이 아니다. 제주도 관광당국자들은 중국인들의 관광형태도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은 단체관광 위주로 제주도를 방문했지만, 최근에는 개별 또는 가족별 일정에 맞춘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자유여행을 오는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올해는 자유관광 비중이 25~30%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했다. 또 "단체관광은 성수기에 집중돼 있었지만, 자유여행이 늘며 비성수기에도 제주도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가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한국인들이 외국의 큰 도시 위주로 단체여행을 다니다 이젠 자유여행 형태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것과 같이 중국인들의 여행형태도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자유여행이 늘며 제주도 관광을 온 중국인들의 쇼핑 성향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올해 신라면세점 제주점 매출의 68%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채웠다. 중국인 관광객의 면세점 지출이 늘어난 것은 단순히 관광객 수가 증가한 것 때문만은 아니다. 신라면세점 강희섭 마케팅팀장은 "과거에는 홍삼, 자수정 등 토산품 매출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고가의 시계나 명품가방 매출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롤렉스 등 명품시계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120% 가까이 증가했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증가하면서 화장품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맞춤형 여행이 늘며 제주지역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는 중국인들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예 카지노가 있는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기간 대부분을 카지노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의 카지노는 2008년까지 일본인과 중국인 비율이 7대 3으로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올해 제주 라마다호텔 카지노는 65.9%, 제주 롯데호텔 카지노는 56.2%의 입장객이 중국인이었다. A카지노 관계자는 "카지노들이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딜러 모셔오기 경쟁을 벌일 지경"이라고 했다.

단체로 정해진 식당이나 상점을 찾던 것과 달리 제주 구석구석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며 이들을 위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점원을 배치하는 식당·상점도 크게 늘고 있다. 식당은 물론 화장품 가게, 심지어 안경점까지도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종업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과거엔 자연경관 자체를 주로 상품화했지만 이제는 '웰빙' '휴식' 등 고급화한 관광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젊은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해 웨딩상품 등 다양한 고가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웨딩관련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차원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K-POP 공연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