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街)의 상징, 투자은행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골드만삭스가 올해 볼품없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는 연초대비 반토막난 상태고 금융규제라는 압박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월가 투자자들은 골드만삭스가 과거의 '전성기'를 다시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올해 연간 순익은 1998년 이후 최저치로 급감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분기에도 3억93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1999년 상장한 골드만삭스가 분기별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두 번째였다. 골드만삭스는 내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전체 직원의 4%(1300명)를 감원하고 성과급과 임직원 평균 연봉도 깎는 등, 긴장한 모습이다.

올해 골드만삭스의 주가도 미끄럼을 탔다. 뉴욕 증시에서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기준으로 연초대비 48% 하락한 상태. 같은 기간 다우존스는 1.6% 상승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융권이 타격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재정위기가 해결된다고 해도 골드만삭스가 예전같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바젤협약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대형은행들은 금융규제 강화로 인해, 수익성 높은 부문을 대부분 쳐내야 했다. 자기자산을 이용한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을 축소한 것이 그 예다. 또 WSJ는 고위험 거래에 대해 자본확충을 하기 위해서 은행들이 자금을 더 많이 끌어보아야 할 것이고 고수익을 내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골드만삭스가 내년에 경영진을 바꿀지, 새 경쟁업체를 인수합병에 나설지, 어떤 새로운 전략을 내놓을지 눈여겨 보고있다. 골드만삭스는 자산운용 부문이나 영업 부문이 상대적으로 작고, 월가를 대표하는 은행이기 때문에 월가 은행권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업이 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월가는 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단지 증시 분위기가 사이클을 따라가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구조적인 변화를 겪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산업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세상은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오고, 반등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증시 분위기도 회복되리라고 기대했다. 경기가 회복되고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금융권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란 말이다.

전문가들은 골드만삭스가 위기에서 헤쳐나오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금융권 수익성이 좋아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브래드 힌츠 애널리스트는 "바젤협약과 볼커룰(자기자본투자 규제법안)은 채권, 파생상품 거래 부문에 큰 방해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채권과 파생상품 거래는 골드만삭스의 강점이다. 규제가 강해지면서 거래 규모도 줄고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힌츠는 "과거의 골드만삭스의 실적이 '탁월'했다면, 이제는 '평범'한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