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통합해 지난 11일 출범한 통합진보당이 내달 15일 열리는 창당대회에서 태극기를 걸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되 애국가는 부르지 않기로 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민노당원들이 주도하는 행사에서 태극기가 등장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노당은 2000년 1월 창당 이후 12년간 당내 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긴급 대표단 회의에서 이정희(왼쪽), 유시민 공동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창당대회 등 당내 행사에서 애국가 제창 없는 약식 국민의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그동안 태극기 대신 민노당기를 걸고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민중의례를 해왔다.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참여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례가 쟁점이 됐다. 참여당 측은 "수권을 목표로 한 정당이라면 공식 행사에서 태극기를 걸고 국민의례를 해야 한다. 참여당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측은 "민노당의 민중의례 관행과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특히 "행사에서 집단적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것만큼은 못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끝에 민노당이 태극기 게양과 국기에 대한 경례는 양보하고 애국가 합창은 생략하는 선에서 절충했다고 한다.

민노당원들이 국민의례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국가를 민중 착취의 주체로 보는 좌파의 전통적 국가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를 충성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당 측 인사는 "통합진보당은 단순한 이념·계급 정당이 아니라 집권 또는 공동정권 참여가 목표인데,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집권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논리가 (민노당원들에게) 먹혔다"고 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1일 창당선언식에서도 약식 국민의례를 시범 실시했다. 민노당원들은 "국민의례를 하기가 너무 어색하다" "'국기에 대한 맹세' 문구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합진보당은 민노당이 지난 6월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한 것도 그대로 이어받기로 했지만,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 강령이 문제가 됐다. 참여당 측은 "이런 강령으로 일반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했지만, 민노당 측이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끝까지 반대해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에 약식 국민의례를 수용키로 한 것은 진보 진영이 대중 정당으로 한발 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다만 통합진보당의 상징색은 참여당의 노란색이 아닌 민노당의 주황색을 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