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길가에 세워진 오토바이의 자물쇠를 끊고 훔쳐 가려던 일당 4명이 갑자기 나타난 경찰관들에게 체포됐다. 이들은 경찰관들에게 "어떻게 알고 출동했느냐"고 어리둥절해했다.
이들을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인근에 설치된 방범용 CC(폐쇄회로)TV로 범행을 지켜보던 강남구청 관제센터 직원이 곧바로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월에는 강남구 도곡동에서 옷 5벌을 훔쳐 가려던 범인이 똑같은 방식으로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8월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지나가는 여성에게 자기 나체를 보여주던 '바바리맨'이 CCTV 관제센터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범죄 예방과 증거 채집에 주로 이용되는 CCTV가 올 들어 현행범 체포에 효과를 내고 있다. CCTV 감시 요원들이 원격 감시로 범죄를 잡아내는 것이다.
반면 전셋집이 많아 방범비를 늘리지 않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CCTV가 부족해 좀도둑에 시달린다. 이런 현상은 공교롭게도 서울 시내 '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일대에서 벌어진다. 자녀 교육을 위해 전세로 온 사람들이 보안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이다.
◇강남 일대 현행범 8명 검거
서울 수서경찰서는 20일 CCTV를 감시하는 구청 관제센터의 실시간 감시로 특수절도·절도 현행범 8명과 벌금 수배자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런 공로를 인정해 지난 9월과 10월에는 방범용 CCTV 실시간 모니터 요원 3명에게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CCTV의 활약이 더 커지게 된다.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이 지난 19일 가동한 U-강남 도시관제센터가 방범용, 재해재난 감시용 등으로 경찰과 구청 등이 분산 관리하던 CCTV 1065대의 관리를 통합한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박장길 생활안전과장은 "CCTV가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잡아내는 도시의 파수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CTV 부족한 전세단지 좀도둑 만연
지난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1층에 도둑이 들었다. 대담하게 현관문을 따고 빈집을 털었다.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단지에 CCTV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500여 가구의 단지지만, CCTV는 100대에 불과해 25가구당 1대꼴이다.
경찰이나 관리업체들은 "아파트 500가구당 CCTV 30대가 기준이라 17가구에 1대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에 CCTV는 84대에 불과하다. 53가구당 1대꼴이다. 양천구 목동 8단지(1300여 가구·CCTV 48대)도 27가구에 1대 수준이다.
이 지역에 CCTV가 부족한 것은 주민 상당수가 전세 거주자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살 계획이라 CCTV 설치 등 방범 대책 마련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대치동의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70% 이상이 전세 거주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규모에 따라서 CCTV 설치 대수를 규정하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절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