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116~127)=김지석이 깔끔한 '훈남' 형이라면 추쥔은 다소 덜 정돈된 듯한 인상의 소유자. 단아한 김지석과 대조적으로 추쥔은 잔뜩 구부린 자세로 앉아 각종 소음을 내며 대국한다. 바둑판 옆에 늘어놓은 전투장비(?)에서도 둘의 개성은 뚜렷이 대비된다. 손목시계, 휴지, 성분 미상의 연고(軟膏), 알약 등 5~6가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추쥔 쪽과 달리 김지석 옆엔 달랑 부채 하나뿐이다. 심리학자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떤 분석을 내놓을까.
116 씌움에 흑은 즉각 117의 일(日)자로 대응한다. 123까지 하변을 넘어 여기서도 흑집이 불어났다. 118, 120은 눈물겨운 후퇴. 기분 같아선 118로 119에 틀어막고 싶지만 참고1도의 싸움은 백이 무리란 결론. 흑의 중앙 두터움이 말을 하고 있다.
124는 반상(盤上) 최대처였지만 김지석은 여기서도 125, 127이란 얄미운 연타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참고2도를 보자. 4를 선수로 두고 8 이후 A, B를 맞봐 우상귀 백을 다시 공격한다는 게 127의 의미. 이마가 바둑판에 닿을 듯한 자세의 추쥔이 짐승 같은 신음을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