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중학교 국사 시험문제에 '대표적 친미주의자로, 친일파와 손잡았고, 북한을 자극해 도발하도록 조장했다'는 예문(例文)을 출제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싸잡아 비하한 교사에게 "버티면 이긴다"는 응원 글을 트위터에 썼다. 서 판사는 문제의 교사가 트위터에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좀 많이 쫄린다"고 올리자 "쫄 필요 없다"면서 '버티라'고 한 것이다. 서 판사는 앞서 7일엔 페이스북에서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고 이 대통령을 조롱했다가 8일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신중히 처신하라"는 주의를 받고서도 이런 응원 글을 올렸다.
교사가 학생들 머릿속에 편향된 생각을 우겨넣으면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서 판사는 그런 상식을 어긴 교사에게 잘못을 인정하지 말고 버티라고 조언했다. 서 판사는 법을 어겨 자기한테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막무가내로 억지를 쓰더라도 '버티면 이긴다'고 격려할 것인가.
서 판사는 지난 12일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에서 "판사가 법복(法服)을 입고도 소셜저지(social judge)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현직 판사로서 사회·정치 현안에 거리낌 없이 자기 판단과 견해를 밝히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렇다면 서 판사의 견해를 듣고서 서 판사에게 재판을 받으면 불리하겠다고 판단한 사람은 그에게 재판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줄 것인가. 서 판사는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가 허물어져도 알 바 아니라는 투로 행동하고 있다. 서 판사는 작년 민사소송에서 글자 수가 72자밖에 안 되는 한 문장짜리 판결문을 내놔 대한변협이 대법원에 항의 공문을 보냈을 때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가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란 페이스북 글로 물의를 빚은 뒤 지난달 25일 법원 토론회, 지난 1일 신임법관 임명식, 2일 법원장 회의에서 거듭해서 "법관은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게 언동과 처신을 자제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훈시를 반복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지난달 "법관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에 있어서도 분별력 있고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서 판사가 대법원장의 당부와 소속 법원장 훈계까지 묵살하며 튀는 행동을 계속하는 걸 보면서 국민들은 과연 사법부가 자기 교정(矯正) 능력을 가진 조직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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