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4일 당내 쇄신파와의 회동에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인재들이 모여드는 것에 우리의 희생이 있지만 이런 변화를 해야만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믿어줄 것"이라고 했다. 여권(與圈)은 이 언급을 '대대적 물갈이 예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친박 일각에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아니겠느냐. 친박이 총대를 멜 때가 온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기 위해 우리 부담을 덜어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얘기가 나왔다. 친박 진영 내 '선도(先導) 용퇴론'이 탄력을 받을 조짐인 셈이다.

현 한나라당 의원 169명 중에서 3선(選) 이상은 박 전 대표를 제외하고 38명이며 그 가운데 14명이 친박으로 분류된다. 친박 14명 가운데 영남권 의원은 10명, 65세 이상은 홍사덕·이경재·이해봉·박종근·송광호·이한구 의원 등이다. 친박의 한 의원은 특정인을 거론하진 않으면서 "그 분들도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효과를 극대화할 시기를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친박 허태열 의원은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불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했다. 불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홍 의원은 "지금 내가 언론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영남권 중진 중에는 "무소속으로라도 주민들 심판을 받겠다"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관계자는 "친박에서 (불출마선언을) 해주면 친이에서도 그런게 나올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진행될텐데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한 친박 초선의원은 "자꾸 늦추다보면 결국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을텐데…"라고도 했다.

친박 핵심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의원들보고 '누구 누구는 물러나라'고 할 성격이 아니다. 지켜보다가 공천심사 과정에서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연령, 선수(選數)보다 지역민과의 소통, 민생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능력이 공천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