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낮,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신두리 드넓은 초원에는 파릇하게 싹이 오른 호밀과 유채가 물결쳐 잠시 계절을 착각하게 했다. 야트막한 구릉 위에는 미루나무가 외로이 서 있고, 초원 저 멀리에서는 TV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었다. 2000여 두의 한우가 한가로이 어슬렁거리고 한 켠에는 양과 토끼가 새 봄에 찾아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축산업의 발상지 안성 한독(韓獨)낙농목장이 42년 만에 농·축산 체험형 테마목장 안성팜랜드로 변신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유라도 맘껏 먹이고 싶다…"던 고 박정희 대통령의 바람에 따라 지난 1969년 독일 차관을 도입해 만들어진 한독목장이 그 기능을 마치고 이제 레저·체험·휴식·교육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새로운 농축산 체험의 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지난 7일 준공식을 갖고 임시개장한 안성팜랜드는 농협중앙회가 한독목장 너른 땅에 352억원을 들여 2년 여의 공사끝에 조성했다. 무무(Moo Moo)빌, 아그리움(Agrium), 푸드빌, 호스(Horse)빌, 미루(Miru)힐, 도이치빌 등 30만㎡ 부지에 6개의 체험형 테마공원과 100만㎡ 규모의 초원지대가 펼쳐진, 농업 관련 체험목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6개 테마공원 조성
무무빌에서는 소, 돼지, 사슴, 염소, 토끼 등 다양한 가축들을 손으로 만져보고 교감할 수 있도록 먹이주기·젖짜기·새끼가축들과 달리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초가집·방목장·안성장터·양떼놀이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우리 농축산업의 소중한 가치와 중요성을 어린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최초 실내 농축산 전용행사장인 아그리움(2100㎡)은 축산업을 위한 사계절 행사 마당이다. 570석 규모의 관람석에 2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해 이곳을 찾는 도시민에게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도농교류센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2011 대한민국 홀스타인 품평회'가 열렸고, 오는 18일에는 전국 애완견 선발대회도 열린다.
안성팜랜드의 상징나무인 미루나무에서 이름을 따온 미루힐에서는 호밀·옥수수·유채 등이 자라는 아름다운 목장길을 거닐며 바쁜 일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녹색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무무빌에서 시작하는 4㎞ 길이의 산책로를 따라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자전거·트랙터마차·말마차·이야기관광차 등 다양한 탈거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 봄 호밀을 수확하고 난 뒤 심을 옥수수가 자라나는 여름에는 옥수수밭을 무대로 미로찾기놀이도 즐길 수 있다.
푸드빌에서는 국내의 우수 농축산물을 판매하는 '팜브랜드 마켓'에서 고기를 구입해 맞은편 '팜팜'식당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 고급 식당처럼 깔끔하게 꾸며놓은 식당 '목원'에서는 한우 외에도 말고기를 재료로 한 불고기와 육회를 맛볼 수 있다. 또 지붕끝이 뾰족한 전통 독일양식 건물들이 들어서 유럽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도이치빌 동화나라 '스토리빌'은 내부를 동화속 마을로 꾸며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빌 '호펜그릴'에서는 한우스테이크와 독일식 하우스 맥주, 소시지를 즐길 수 있다.
2009년 6월 먼저 개장한 승마센터는 서울 근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승마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2만550㎡(6200여평)의 부지에 실내외 마장과 50여 마리의 마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인과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체험과 재활승마를 하고 있다. 광활한 초지에서 야외승마도 즐길 수 있어 승마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축과 함께하는 곳으로
안성팜랜드는 1969년 한독 낙농시범목장으로 설립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젖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70년대에는 낙농기술교육 전파, 80년대는 축종별 시범목장, 90년대는 한우번식기반 확대, 2000년대는 유기축산시범 목장의 기능을 거쳐 팜랜드로 변신했다. 6개 테마 공원 외에 기획전시실, 안성목장 역사관 등의 시설을 갖췄다. 안성팜랜드는 앞으로 미루힐 초지에 사계절 썰매장과 야영장, 바베큐 시설 등 편의시설을 늘릴 예정이다. 경부고속도로 안성 IC에서 6㎞ 거리다. 팜랜드 진입로 2㎞ 남짓한 거리가 아직 왕복 2차로로 비좁은 게 흠이다.
정문과 승마장에 800여대 규모의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입장 요금은 평일 어린이(고등학생 이하) 4000원, 성인 6000원이며 주말과 공휴일은 1000원씩 더 받을 예정이다. 3월 정식 개장 전까지 임시개장 기간에는 50% 할인된다. 안성팜랜드 남인식 장장은 "팜랜드는 생산 위주의 농업을 농업 체험의 장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라며 "다양한 가축들과 함께 뛰놀며 휴식을 취하며 농업의 가치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놀이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