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임시국회 합의를 두고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 인준반대, 의원총회에서 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갔다. 정 최고위원은 욕설까지 했다. 이를 듣고 있던 다른 의원은 "막장 드라마"라고 했다. 8일 전국 지역위원장 회의에서 위원장끼리 육탄 격돌까지 하더니 이날은 의원끼리 붙은 셈이다.

발단은 8일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12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키로 합의한 것이었다. 한미 FTA 단독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선(先)사과를 요구해온 정 최고위원은 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깃발에 대한 배신"이라며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싸움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벌어졌다. 정 최고위원은 "당 쇄신 차원에서 원내대표가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 일정까지 합의한 게 아니라 임시국회 소집만 합의한 것"이라고 하자 정 최고위원은 "그런 말 할 거면 단상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원내 지도부가 당을 망치고 있다"고 했고, 노 수석 역시 "정 최고, 당신이 당을 망치고 있다"고 맞섰다. 정 위원은 "내려와, 이 XX야"라며 노 수석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흥분한 정 최고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 수석을 향해 걸어 나가자 다른 의원들이 말려 몸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9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동영(오른쪽) 최고위원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 간의 임시국회 개최 합의를 파기하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손학규(가운데)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얘기하는 모습을 노려보고 있다.


다른 의원들도 팽팽히 맞섰다. 문학진 의원은 "해머로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고 했고, 장세환 의원도 "등원 결정은 한나라당에 산소 호흡기를 대준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동철 의원은 "원내대표가 그 정도 협상도 못하느냐"고 했고, 강창일 의원은 "사퇴까지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를 보던 안민석 의원은 "막장 드라마다. 망나니 집단"이라고 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기꺼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김 원내대표는 "등원 합의를 번복하고 장외 투쟁으로 갈 것인지, 예산안·민생현안 처리 등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것인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은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12일 의총에선 찬·반 투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의총 말미에 "거친 언사를 한 것은 수양 부족"이라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