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넘어섰고, 열여덟 번째로 많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돕고 있다. 그런데 해외 주재 우리나라 대사관 중에는 건물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주(駐)리비아 한국대사관은 지난 8월부터 대사관 건물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를 낼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임대료를 받을 대상이 없기 때문.

지난 2월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를 해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시민군 세력은 3월 반군국가위원회(NTC)를 설립해 조직적인 반(反)카다피 투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8월 시민군은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시민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접수하자 카다피의 친족인 한국대사관 건물주는 자취를 감췄다. 건물주는 행방 불명상태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카다피 세력을 모두 소탕한 시민군은 과도정부를 수립했고, 과도정부는 카다피와 카다피 친족들의 재산을 압류했다.

과도정부에 압류된 재산을 어떻게 처분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4만7500달러의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법제도의 미비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가나(Ghana) 주재 한국대사관은 2004년부터 7년째 35만2000달러의 건물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한국대사관 건물의 소유주가 사망하고 그의 자녀와 조카 사이에 상속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 대사관측은 유족 변호사와 소유권 확정 판결이 난 후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상속 분쟁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한국대사관측은 임대료를 현지 법원에 공탁(供託)하려 했으나 가나에는 공탁제도 자체가 없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대사관 건물의 소유권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생겨 불가피하게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