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전용도로를 따라가니 발 앞에 바로 본다이 비치(Bondi Beach)의 파란 물이 찰랑거리는 거예요. 한마디로 '충격'이었죠."

1996년 1월, 휠체어를 탄 세 지체장애인과 한 청각장애인 등 6명이 호주 시드니를 방문했다. 한국에서는 버스도, 택시도, 지하철도 타기 어려워 집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내던 이들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장애인용 콜택시를 상상도 못했었다. 열흘간 '편안하게' 시드니 곳곳을 누빈 이들은 귀국 비행기에서 결심했다.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국도 바꾸자!'고.

2007년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 회원들이 서울시 장애인 이동 편의 증진 조례 제정을 주장하며 휠체어 걷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15년간 차별을 줄여온 공로로 9일 ‘태평양 공익 인권상’을 받는다.

1996년 12월 6일 이들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이하 무장애연대·대표 박종운)를 만들었다. 지체장애 1급인 배융호(45) 사무총장은 그 시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탑승을 거절하던 택시들,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단 한 대도 없던 지하철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장애연대는 현재 배 사무총장과 최정윤(31) 팀장 등 상근자 2명에 회원 수는 약 300명이다.

무장애연대는 그때부터 "장애인도 '이동할 권리'가 있다. 장애인도 어디든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시설물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마침내 2007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고, '시설물 접근이용의 차별금지'와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의 차별금지' 조항을 넣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장애인에게 '이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생과 자원자들을 상대로 휠체어 타고 계단 오르기, 눈 가리고 길 걷기 등 '장애체험' 교육도 실시했다. 작년엔 부천대·건국대·경원대·충북대 학생들을 상대로 장애체험 및 장애인을 위한 시설설계 교육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청각장애인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도가니'를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볼 수 없었어요. 자막이 없었거든요."(최 팀장)

배융호 사무총장은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니다"며 "여가·교육·직업 활동에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무장애연대는 15년간 장애인 차별을 줄여온 공로로 9일 법무법인 태평양이 만든 재단법인 '동천'에서 '태평양 공익 인권상'과 상금 2000만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