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말로 남자로서 도전을 택할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최고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빅보이' 이대호(29)의 일본 도전이 시작됐다. 이대호는 6일 오후 부산의 해운대 웨스틴 조선비치호텔에서 오릭스 버펄로스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무라야마 요시오 본부장(단장)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 등 오릭스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2년간 110억원!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나타난 이대호는 "오릭스에 입단하게 돼 영광"이라며 "팀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고, 마음으로 이끌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무라야마 본부장은 "이대호가 한국 대표, 부산 대표로서 오릭스를 우승으로 이끌어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대호 본인이 밝힌 계약조건은 2년간 총 7억6000만엔(약 110억5000만원)으로 애초 알려졌던 7억엔보다 많았다. 계약금 2억엔과 연봉 2억5000만엔에 매년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3000만엔씩 추가됐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선수로는 역대 최고 대우다.
롯데를 떠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대호는 "선수로서 마지막 목표는 롯데의 우승"이라며 "일본 나아가 미국에서도 최고의 타자가 돼 (롯데에)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개인 성적보다 팀 우승이 우선"
일본 진출 첫해 목표에 대해 이대호는 "오릭스의 우승"이라고 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한번도 (개인) 목표를 세운 적이 없다"며 "팀이 부진하면 개인 성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이 내게 좋은 공을 던져주진 않을 것"이라며 "팀이 원하면 볼넷, 몸에 맞는 볼이라도 얻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2009년 WBC 결승에서) 다르빗슈 유(니혼햄)를 상대한 적이 있는데 정말 좋은 투수였다"며 "그런 에이스들을 밟으려면 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호는 "일단 동료와 빨리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라며 "용병 이대호가 아닌 오릭스의 이대호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오릭스의 중심 타자인 T 오카다(23)를 언급하면서 "수염 때문에 '험상궂다'고 느꼈는데, 나보다 동생이라는 걸 알고 나자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대호의 오사카 현지 숙소는 이승엽이 쓰던 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이대호는 "개인적으로도 (이)승엽이 형이 있던 방을 쓰고 싶다"며 "승엽이 형의 기운을 받아서 더 야구를 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담당 통역도 이승엽의 통역을 맡았던 정창용씨다.
이대호의 등번호(백넘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대호는 유니폼의 백넘버를 보여달라는 취재진의 부탁에 재치있게 "백넘버 나이데스(아직 없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 쓰던 10번이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존함(오분이)과 비슷한 52번을 달고 싶다"고 했다.
◇일본 기자들도 상당수 몰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릭스를 전담 취재하는 일본 현지 기자들도 참석했다. 공식 기자회견 후 이대호와 따로 만난 이들은 "이승엽에게 어떤 조언을 받았나?" "국제 대회에서 만난 일본 투수 중에 기억나는 선수는?" "일본의 공인구가 반발력이 약한 편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일본 기자들은 이대호의 몸무게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한 기자가 "베스트 몸무게는 어느 정도냐"고 묻자 이대호는 "125~130㎏ 사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살을 빼서) 130㎏ 정도인데, 전지훈련 전까지 125㎏ 미만으로 낮추고 싶다"고 했다. 이를 들은 '데일리 스포츠'의 요지 히데키 기자는 "전혀 130㎏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단단하고 꽉 찬 몸매"라고 놀라워했다.
이대호는 다음 주 중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내년 1월에 부인 신혜정(29)씨의 첫 아이 출산 이후 사이판으로 건너가서 개인 훈련을 진행한다. 일본 오릭스의 전지훈련은 내년 2월 1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