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진구 건국대학교 총장실에 들어서면 '모든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가 눈에 띈다. 6·25 참전을 결정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에 붙여놓았다는 글이다. 총장 책상을 마주보고 있는 벽에 걸린 이 문구를 보면서 김진규 건국대 총장은 매일 학교의 크고 작은 정책을 결정한다고 했다.
"학교 구성원 간 이해가 상충되고, 결정하기 어려운 일도 많습니다. 그때마다 이 글을 보며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결단력 있게 일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1일 건국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 총장은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총장님'으로 유명하다. 친환경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캠퍼스의 연구실과 강의실을 예고 없이 방문해 교수·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는 "교육과 연구 혁신을 통해 좋은 연구성과와 훌륭한 졸업생 배출이라는 '대학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수,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화합하는 '생산현장의 공장장 같은 총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취임 후 건국대 비전 'i-SMART' 2020을 선포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건국대는 발전속도가 가장 빠른 대학,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대학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학과와 학부, 우수한 졸업생과 탁월한 연구성과, 넘버원을 넘어 세계가 알아주는 온리 원(Only One) 대학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i-SMART는 innovation(혁신), intellectual(지식인), I(나)의 i와 대학의 주요 부문인 S(School·학교), M(Management·경영), A(Alumni·동문), R(Research·연구), T(Technology·기술)를 결합한 것이다. 혁신적인 대학 교육과 대학 경영, 혁신적인 연구업적 향상 등을 통해 스마트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대학의 연구력 향상과 교육혁신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나.
"건국대가 '연구하는 대학, 공부하는 대학'으로 인식되도록 할 생각이다. 교수 승진과 승급 심사 때 적용하는 연구·교육·봉사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각 분야에서 적어도 경쟁 대학 수준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수 업적평가에서 연구 분야뿐 아니라 봉사 분야의 교수평가 항목에 학생 취업 관련 지도활동을 추가하고, 교육 분야 평가 항목에 새로운 강의 기법 도입, 온라인 강의 녹화, 베스트티처상 등 강의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추가했다."
―교수들의 연구업적 현황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교수들의 교육·연구 역량을 높이고 연구자 상호 간의 학술정보 교환과 연구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수 개인별 연구업적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학생들은 학사관리 포털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개별 교수들의 강의평가 결과와 더불어 홈페이지에 공개된 교수들의 논문이나 저서, 특허, 창작물 등 연구실적을 살펴보고 강의 선택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건국대는 전체 대학 수준으로 비춰볼 때 등록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다. 전체 대학 가운데 등록금 평균치가 의전원 포함 23위이며, 인문계열 67위, 자연계열 43위이다. 법인에서 적립금 122억원을 장학금으로 전환했고 올 2학기 장학금 예산 34억 증액에 이어 내년엔 더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내년에 장학금 수혜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경제사정이 곤란한 학생들을 위한 복지성 장학 제도를 올해 2가지를 더 신설해, 총 11가지 복지성 장학금을 마련했다. 또 성적 장학금도 기존 성적순에 의해 선발되던 성적우수 장학금뿐만 아니라 개인별 성적향상 정도를 감안한 '스텝업(STEP-UP) 장학금' 등을 올 2학기부터 새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스텝업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자기보다 더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양보할 수 있는 '명예장학'제도도 신설했다."
―대학생들 사이에 취업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건국대의 2011년 졸업자 취업률은 60.7%로 전국 4년제 일반대학 중 졸업생 3000명 이상 서울지역 대형 대학 가운데 5위다. 서울지역 11개 주요 대학 가운데 취업률 60%를 넘은 대학은 건국대를 포함해 6개 대학이다. 취업률 상승은 건국대의 브랜드가치와 평판도가 높아지고, 개인별 맞춤 상담, 취업지원관의 진로상담, 건국엘리트프로그램 등 다양한 취업집중 프로그램과 각 학과 전공 학문단위별 취업률 향상 노력이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1학년 때부터 4학년까지 취업지원팀이 학생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취업관련 정보와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도서관 로비에 '잡(job) 라이브러리'를 설치했고, 기숙사에는 '잡 하우스'를 만들었다. 학생회관에는 '잡 카페'를 만들어 취업지원관이 상주하며 학생들의 취업상담을 한다. 캠퍼스 어디서나 주요 기업에 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기업과 기관 사보나 채용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취임 이후 학교 발전 기금을 100억 가까이 모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 KU 패밀리 캠페인을 시작했다. 건국대 인근에서 영업하는 음식점과 커피숍, 제조업체, 은행 등 상가들이 대학과 학생들을 후원하고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기부하는 것이다. 현재 30개 넘는 가게가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2012학년도 대학입시 신입생 발표가 곧 있다. 신입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계획인가.
"무엇보다 똑똑한 인재로 키우겠다. 특히 입학하기 전 두세 달 동안 어학공부를 학교가 책임지고 한다. 수시 합격생들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1달간 건국대의 해외 캠퍼스인 LA PSU(퍼시픽 스테이츠 대학)에서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건국대의 모습은?
"앞으로 학령인구는 점점 감소해 대학 정원을 채우기 힘든 시기가 온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바로 위기가 찾아온다. 대학은 변해야만 살아남는다. 건대는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변화할 것이다. 건국대만이 온리 원(Only One) 특성화 분야를 집중 육성해 대학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스마트한 학생'을 키워낼 것이다. 취업 잘하고,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국제화를 통해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인재를 키우겠다."
김진규 총장은
국내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건국대학교 초대 총장인 유석창 박사 이래 50년 만에 첫 의학자 출신 총장으로 건국대의 '혁신'과 '융합'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