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라태건(20·사진 오른쪽) 일병은 간암에 걸린 아버지 라춘기(51)씨를 위해 며칠 전 간을 떼어 제공했다. 그는 이식 수술 전에 "슬프다"고 했다. 수술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렇게 가고 싶던 군대를 수술 때문에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전사 복무가 꿈이었다. 작년 9월 특전사 모집에 맞춰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휴학하고 병무청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다. 결과는 현역이 아닌 4급. 공익근무 대상이다. 키가 문제였다. 특전사 대원이 되려면 1m64㎝ 이상이어야 하는데 그는 입대 기준(1m58㎝)에도 몇 ㎜ 모자랐다. 어머니 박영미(39)씨는 "태건이는 고2 때 공중화장실에서 폭행당할 뻔한 여자를 구하고 범인 검거를 도와 경찰서 표창도 받았다"며 "체구는 작아도 의협심이 강하고 꼭 특전사에 가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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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전사의 키 제한은 옳지 않다"며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했다. 그러다가 재검을 신청했다. 정확하게 1m58㎝. 1급 현역 판정을 받고 올 2월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특전사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전방인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작도 전진기지에서 경계 헌병 임무를 맡고 있다.

지난 6월 라 일병은 아버지가 간세포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간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어머니와 여동생 등 모두가 조직검사를 했고, 라 일병만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7시간에 걸쳐 간의 60%를 떼어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라 일병은 더 이상은 군 생활이 힘들어져 의가사 제대를 앞두고 있다. 라 일병은 수술 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군 복무는 할 수 없게 됐으니 슬픕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저에게 최고의 사랑을 주셨습니다. 그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