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에는 조선 후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현장이 있다. 팔당호반 조안면 능내리에는 대표적인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살았던 '다산 유적지'가 자리잡고 있다. 또 금곡동에 있는 홍릉·유릉은 조선의 마지막 임금들인 고종(高宗)과 순종(純宗)이 잠들어 있는 왕릉이다. 조선왕조가 흔들리던 시절 개혁을 꿈꿨던 학자와 망국의 비운을 맞아야 했던 시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역사탐방을 떠나보자.
◇다산 유적지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마재'로 불리던 이곳에서 태어나 벼슬길에 오르기 전까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18년이라는 긴 유배 생활을 겪어야 했다. 나이 쉰을 넘긴 1818년에야 귀향해 병마에 시달리며 만년을 지냈고, 마을 뒷산에 묻혔다. 다산의 생가였던 여유당은 1925년 대홍수로 떠내려갔고, 팔당댐이 생기면서 옛 마을은 모습을 잃었다. 그러나 1975년에 복원하면서 유적지로 다시 태어났다.
다산 유적지에는 여유당과 함께 묘소, 다산기념관, 다산문화관, 사당(문도사) 등이 들어서 있다. 주차장에서 다산 유적지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다산의 저서를 본뜬 조각과 거중기 모형, 목민심서 등을 새긴 동판이 눈길을 끈다. 또 여유당의 오른편을 돌아 뒷동산에 올라서면 다산 선생 내외의 묘소가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다산 기념관에는 다산의 친필 편지, 산수도 등과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사본이 전시돼 있다. 거중기와 녹로의 축소 모형도 눈길을 끈다. 수원 화성을 쌓을 당시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다산이 설계한 기계로 알려져 있다. 다산 문화관에는 50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분야별로 기록해 놓았다. 다산 유적지 관리사무소 (031)590-2481
◇실학 박물관
다산 유적지 바로 앞에는 실학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유물 전시는 물론 교육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각각 '실학의 형성''실학의 전개' '천문과 지리'를 주제로 실학사상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서양문물의 전래와 조선 사회의 변화로 실학이 탄생하는 과정, 실학이 어떻게 발전해 근대로 넘어갔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고대의 우주관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하늘과 땅을 바라본 과정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실학 박물관은 특별전시회도 마련하고 있다. 지금은 '곤여만국전도, 세계와 우주를 그리다' 전이 열리고 있다. 17세기 초에 전래된 곤여만국전도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에 그려진 세계 지도를 통해 실학자들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살펴볼 수 있다. 실학 박물관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관람료는 없다. 홈페이지(www.silhak museum.or.kr) 사전 접수를 통해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031)579-6000~6001
다산 유적지와 실학 박물관 주변은 산책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바로 앞쪽 팔당호반에는 산책로를 갖춘 생태공원이 최근 조성됐다. 또 남양주시가 조성한 트레일 코스인 '다산길'을 따라 걸어볼 수도 있다. 주변에는 음식점도 많다.
◇홍릉과 유릉
홍릉(洪陵)은 조선 26대 고종과 왕비인 명성황후, 유릉(裕陵)은 27대 순종과 순명효황후·순정효황후의 묘소이다. 명성황후는 처음에는 서울 청량리에 있었으나 나중에 고종의 무덤에 합장했다. 특히 홍릉과 유릉은 고종이 1897년에 대한제국을 선포했기 때문에 중국의 황제릉을 본떠 조성했다. 이 때문에 다른 조선 왕릉보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도 많다.
무덤 아래에는 정자각(丁字閣) 대신에 일(一)자 모양의 침전(寢殿)을 세웠다. 특히 석물도 봉분 앞이 아니라 참도와 침전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호랑이와 양을 배치한 다른 왕릉과 달리 기린·코끼리·사자·해태·낙타·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유릉의 경우에는 서양식 조각수법이 더욱 많이 반영돼 있어 눈길을 끈다.
홍·유릉은 동절기(11~2월)에는 오전 6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개방하지 않는다. 문화재청 홍유릉관리소 (031)591-7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