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문화예술 1번지로 꼽히는 중구 대흥동. 많은 화방과 필방이 밀집한 골목길 한쪽에 '산호여인숙'이 있다. 10년 가까이 방치되던 허름한 2층 여인숙이 최근 외지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이자 대전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사랑방으로 탈바꿈됐다. 주인 송부영(33)씨는 대전에서 중·고교를 나오고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공공미술을 기획하는 일을 하는 젊은 문화활동가다.
송씨는 "여행객들에게 부담없는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면서 대전의 다양한 문화·예술·관광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꾸민 시설"이라고 소개했다.
이 여인숙에 들어서면 우선 초록색 철제 대문에 알록달록 화려한 빛의 꽃송이로 장식한 '산호여인숙'이라는 글자가 눈길을 끈다. 지상 2층인 여인숙 건물의 1층은 145㎡ 면적으로 다양한 전시와 작업을 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꾸몄다. 얼핏 보면 작은 문화원이나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준다. 소극장, 갤러리, 예술카페 등이 밀집한 대흥동 문화예술 명소를 소개한 안내책자, 다양한 전시·공연 자료를 비치했다. 한쪽에선 대전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음악을 담은 CD와 공연·전시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대전관광 안내지도, 주요 관광명소를 소개한 책자도 비치했다. 한쪽 방 서재에선 대전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 여행객들이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공동주방도 갖췄다.
2층은 여행객을 위한 2층 침대가 있는 침대방 5개, 온돌방 4개 등 9개 방이 2·4·6인용 객실로 꾸며졌다. 방별로 혼돈방·상상방·스마일방·키다리아저씨방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 여인숙 시설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하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이용료는 1인당 하루 머무는 데 1만5000원으로 저렴하다.
"일반 여인숙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여행객용 게스트하우스인 동시에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이용자들이 신선하고 재미있다고들 합니다."
서울에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온 송씨가 문화공간을 겸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것은 지난해 열린 '대흥동립만세축제' 때 자원봉사를 겸해 전시기획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여러 문화예술인들과 만나며 '대흥동에 문화예술인과 여행객들이 부담없이 묵을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결심한 것이다.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되살아나고 있는 대흥동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송씨는 이후 주변 문화예술인들과 발품을 팔며 방치되던 여인숙을 찾아냈다. 허름한 건물은 송씨와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합심해 색다른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지인들이 손수 도배, 배관공사를 맡는 등 자발적으로 힘을 보탰다. 가구 등 쓸만한 물품을 기부받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합심해 문화공간과 게스트하우스가 결합된 화사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산호여인숙은 지난 8월 중순 전시공간을 활용해 대전시립미술관의 열린미술관 프로젝트 '대흥동 블루스Ⅱ-게스트 & 게이트전(展)'을 열면서 개장했다.
"촌스런 상호를 고집한 이유는 1970~80년대 향수를 자극하면서 역사성을 이어가자는 뜻에서죠. 새롭게 거듭난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송씨는 다음달 2~17일 '대흥동아트프리마켓'과 전시를 여인숙에서 열 계획이다. 내년부터 대흥동투어 프로그램, 전시·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문화사랑방으로 키워 대전의 문화·예술을 활성화시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송씨는 "여행객에게 부담이 없는 휴식처를 제공하면서 대전의 문화·예술을 널리 소개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