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와 구제금융 논의 중" 보도 줄줄이 나와
- 내년 2~4월에 만기 도래 채권 집중
이탈리아는 얼마나 절박한 것일까. 지난 사흘간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두 번에 걸쳐 나왔다. 두 번 다 공식적으론 부인됐다.
지난 27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이탈리아 정부가 IMF와 최대 6000억 유로(한화 약 928조원ㆍ미화 794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29일에는 로이터가 "IMF와 이탈리아 정부는 대략 4000억유로(약 610조원) 규모의 긴급 구제방안(컨틴전시 플랜)에 대해 예비적 단계의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MF는 두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각각 "IMF와 이탈리아 정부는 구제금융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탈리아 중앙은행과 재무부도 이런 보도에 대해 부인했다.
IMF가 당장 이탈리아에 꿔줄 돈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IMF의 가용재원은 현재 3900억달러(2900억 유로)밖에 되지 않는다. IMF가 이탈리아에 자금을 빌려주려면 IMF의 재원 확충이 시급하지만 내달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사안이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는 것은 이탈리아의 상황이 매우 절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7%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신호다.
29일 이탈리아 재무부는 국채 3년물을 7.89%의 낙찰 금리에 발행했고 국채 10년물은 7.56%의 금리에 발행했다. 국채 발행 규모는 75억유로로 정부의 목표치인 80억유로를 채우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 발행시장에서 투자자들이 7%의 높은 금리를 내고서라도 이탈리아 국채를 사려고 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점이지만, 발행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은 '신용위기'가 다가온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유통시장에서도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7%를 넘나들고 있다. 이탈리아 채권 금리가 7%를 넘어서면 이자 비용이 급증해 이탈리아 재무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채권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지면 추가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히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갚지 못하게 돼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하루빨리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서 채권 금리를 낮추는 것이 임박한 시점이다. 한 전문가는 "이탈리아가 채권시장에서 금리를 낮추기 위해 IMF와 구제금융을 논의 중이란 보도를 하며 '언론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아니냐"고 해석했다.
내년 초가 고비라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 채권 규모는 3000억유로로 이 가운데 45% 정도의 물량이 연초에 몰려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오는 12월에는 224억6100만유로, 내년 2월에는 이의 두 배에 달하는 531억4200만유로의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어 3월과 4월에도 각각 400억유로 이상의 채권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2월 이전에 이탈리아의 높은 국채 금리를 진정시켜줄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이탈리아의 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구제금융도 설(設)이 아닌 사실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의 이상재 연구원은 "이탈리아의 상황이 긴박하다"며 "내년 초까지 포괄적인 위기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