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프로야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챔피언으로 참가한 2011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대만 퉁이 라이온즈, 호주 퍼스 히트 등 프로야구 챔피언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아시아시리즈는 축구로 치면 챔피언스리그와 비슷하다. 그해 각국 클럽챔피언들이 모여 아시아 최강을 가리고 야구의 국제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거침없던 일본 '독주' 2005년 처음 시작된 아시아시리즈는 그동안 일본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일본구단들이 4회 연속 우승을 독식하며 한국, 대만 등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흥행이 잘될 리 없었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대회가 스폰서사가 떨어져나가고 2009년과 2010년에는 한국과 일본의 단판승부 형식으로 축소돼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터다.

이게 2011년 접어들면서 조금 바뀌었다. 사실상 참가 그 이상의 의미밖에 없던 중국을 배제하고 축구 식으로 해석하자면 아시아권인 호주를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다시 4개국 챔피언이 맞붙는 구색을 갖췄고 대회장소도 일본이 아닌 대만으로 이동, 한국과 대만에게도 승리를 향한 한 가닥 희망을 심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또 일본의 독주양상이었다. 소프트뱅크는 주축투수들을 대거 빼고도 예선전적 3전전승으로 가볍게 결승에 올랐다.

특히 그나마 일본을 위협할 것이라던 삼성을 예선에서 0-9로 대파,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삼성은 대패를 당하고 의기소침할 법도 했지만 뒤에서 칼을 갈았다.

아무리 2군 투수들로 맞섰다지만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참패였다. '클럽대항전이니 B급 국제대회니' 여부를 떠나 한일전은 한일전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상심 또한 컸다.

삼성은 대만을 제압한 뒤 결승에서 다시 보자며 조용히 설욕을 다짐했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실력'으로 일본 누르다 결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승이었다.

결승 리턴매치에서 시종 우위를 잃지 않으며 5-3으로 일본챔피언 소프트뱅크를 보기 좋게 꺾고 사상 첫 한국의 아시아시리즈 정상등극을 현실로 일궈냈다.

소프트뱅크는 주전투수들이 대거 빠졌지만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덕 매티스, 저스턴 저마노, 차우찬, 안지만, 윤성환 등이 보이지 않았다.

대회전에는 가장 최근에 일본시리즈를 끝낸 소프트뱅크가 날이 바짝 선 실전감각을 바탕으로 훨씬 유리하게 출발한다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이 점을 감안했을 때 여러 모로 불리했던 삼성이 확실한 실력으로 소프트뱅크를 꺾었다고 보는 게 맞다.

언제나 아시아최강을 자랑하던 일본프로야구, 그 중심에 선 소프트뱅크가 변명의 여지없이 실력으로 깨끗하게 졌다. 이게 콧대 높던 일본야구에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

대표팀에 이어 클럽팀까지 저력의 한국야구가 거의 다 따라잡았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무방하다. 일본야구계는 이번 결승전 완패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 대만의 맹추격에 아시아맹주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젠 흥행 면에서도 파란불이 켜졌다. 바짝 독이 오른 일본이 다음 대회부터는 총력전에 임할 것이고 한국 또한 정상을 놓지 않기 위해 맞불을 놓을 것이다.

경쟁이란 건 이래서 좋다. 대회규모와 흥미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4개국 대회로는 5번째 만에 패권을 거머쥐었다. 류중일호는 한국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긋는 쾌거를 이뤘다고 칭송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