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학생이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것도 10학년(16세·국내 고1에 해당)이, 사교육의 도움없이, 처음 치른 시험에서 거둔 결과다. 대구국제학교 유예지양은 "얼떨떨하다"면서도 만점 비결을 조근조근 설명했다.
―SAT는 언제부터 응시했나요?
"지난 10월 1일에 처음으로 시험을 치렀어요. 미국 학생들은 보통 11학년(고2)이나 12학년(고3)에 SAT를 준비하니까, 좀 일찍 시작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지난 6월 혼자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봤는데, 점수가 2250점(2400점 만점)이 나왔어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첫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학원도 다녔나요?
"지난 6월, 9학년을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를 시작했어요. 일단 SAT 공식 주관사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에서 출판한 '블루북(Blue Book)'을 활용했습니다. 주로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시간을 재면서 풀었어요. 샘플 문제 세트를 풀어보고 칼리지보드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코스(Online Course)를 구매해서 모의고사처럼 연습했어요. 학원은 따로 다니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토플(TOEFL)공부를 하면서 잠깐 학원을 다녀봤는데, 저랑은 잘 안 맞았거든요."
―SAT는 비판적 독해(Critical Reading), 수학(Math), 작문(Writing) 영역으로 구분되는데요, 각 영역별 공부법이 궁금합니다.
"일단 '수학'은 한국 학생들 대부분이 쉽다고 해요. 저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작문'은 영어 독서를 하면서 습득한 문법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중학교 때 영어 독서를 남들보다 많이 한 편이거든요. 문법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이 있으면 'CNN 리포터가 과연 이렇게 말할까?'라고 생각하면서 소리 내어 읽어봤어요. '비판적 독해' 분야는 문제를 많이, 꼼꼼하게 푸는 데에 중점을 두고 공부했어요. 특히 '출제자가 이 문장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가'를 생각하면서 문제를 푸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래야 문제를 잘못 이해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나 쉽게 따라할 비법은 없을까요?
"비판적 독해와 작문 분야에서 틀린 문제들은 오답노트에 정리했어요. 그 문제들을 노트에 적으면서 왜 제 답이 틀리는지, 그리고 정답이 왜 맞는 지도 적어놓았죠. 이 과정을 통해 틀린 문제들을 머릿속에 새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어집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단어집도 물론 봤지만, 직접 만든 단어집이야말로 제게 꼭 맞으니까요. 기출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때그때 정리해뒀어요. 단어를 발견한 문맥(context)을 알면 그 단어를 연계해서 외우기가 쉽거든요."
―초·중학교 때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뉴질랜드로 잠깐 어학연수를 다녀왔어요. 어릴 때부터 영어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때는 내신 관리에 신경쓰다보니 영어 공부를 충분히 할 수가 없었어요. 말문이 트였다 생각했는데, 다시 막히는 것 같아 걱정됐어요. 그래서 시간을 정해 CNN 방송을 꾸준히 보고, 원서를 많이 읽었습니다. 이때 새로 발견한 모르는 단어는 단어장에 써놓고 외웠어요. 또한 취미로 영어 소설을 쓰곤 했는데, 새로 배운 단어는 항상 소설에 써먹곤 했어요. 단어를 쉽게 습득할 수 있거든요."
―학교 일과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학교 일 이외에는 모의유엔 대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선에듀케이션이 주최하는 'MUNOS(Model United Na tion Of Seoul·국제모의유엔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미국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저널리즘을 전공해서 CNN에서 리포터 겸 앵커로 일하고 싶습니다."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미국 대학 입학 시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 독해(Critical Reading), 수학(Math), 작문(Writing)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만점은 2400점, 시험 시간은 총 3시간 45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