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AAA'로 유지했다. 이로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에 이어 피치까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게 됐다.

금융시장에선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미 S&P와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하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상태였고 피치가 마지막으로 따라간 것이기 때문이다.

◆ "미 의회의 정치적 결단"이 등급에 영향

29일 피치는 미국 의회 수퍼위원회(적자감축위원회)가 1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재정 적자 감축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매겨지면, 이는 앞으로 2년 안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확률이 50%정도 된다는 뜻이다.

피치는 "미국 경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2013년까지 회복하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며 장기 성장률을 연 2.25%로 전망했다.

제니 몽고메리 스캇의 가이 레바스는 "피치의 등급 전망 조정은 (금융시장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이미 미국의 재정 적자와 관련해 나온 많은 부정적인 뉴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S&P는 지난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여전히 'AAA'로 유지하고 있다.

◆ 美 2012년 선거 전에 합의 이뤄질까

피치는 미 의회가 내년 말 대선 이후 적자 감축안에 합의를 보지 않으면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나 내년까지 감축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당장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여지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피치는 "2013년까지 신뢰할 만한 적자 감축안에 대한 합의를 미 정부가 도출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며 "만약 합의에 실패한다면 미국의 신용등급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대선 이후 집권하는 새 정부가 재정 적자 감축안을 내놓지 못하면 이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란 얘기다. FTN파이낸셜의 한 스트래티지스트는 "내년에 미국에서 열릴 선거가 지나면 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아이라 저지 스트래티지스트는 "피치의 분석은 매우 부정적이었다"며 "만일 미 의회가 1조2000억달러의 적자 감축에 합의를 보는데 실패한다며 미국의 'AAA'등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지는 "워싱턴D.C에서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피치나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에 손을 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미 수퍼위원회가 감축안 도출에 실패한 것도, 양당이 당장 예산안 감축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 풀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