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살인 혐의는 충분히 입증됐다."(검사)

"공범(共犯)이 아니고 협박에 못이겨 사체 유기만 도왔을 뿐이다."(변호사)

28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부 법정에서 형사11부 설범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시작된 살인 사건 재판은 살인죄의 가장 핵심적인 증거인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피고인석에는 지난 2000년 11월 강천실업 강모 사장을 죽이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모(49)씨와 김모(46)씨가 앉아있었다. 11년간 미제(未濟)사건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위암 말기였던 주범 양모(60)씨의 자백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나와 김씨, 서씨 등 직원 4명이 공모해 강 사장을 죽였다"고 범행 일체를 진술한 뒤 8일 만에 숨졌다. 이후 공범 1명이 자수하면서 서씨와 김씨도 구속됐지만 이들은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수개월간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강씨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

엉화 '의뢰인' 포스터.

이날 재판은 "서씨와 김씨 등 4명이 공모해 강씨를 살해했다는 양씨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검찰과 "강 사장 살해는 양씨의 단독 범행이고, 피고인들은 시신을 옮겨 땅에 묻기만 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재판은 오후 8시까지 계속됐다.

이번 재판은 영화배우 하정우, 장혁 주연의 스릴러 영화 '의뢰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도 이번 사건처럼 '시체가 사라진 살인사건'을 두고 벌이는 검찰과 변호사의 치열한 공방을 그리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은 29일 배심원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유·무죄 평결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