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하게 만들죠. 하지만 신문과 같은 종이 매체는 주도권이 '사람'에게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론 집중하느라 고통스럽지만 종이 매체는 우리가 타인의 욕망에 지배받지 않게 해줍니다".

김무곤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다양한 미디어의 효용을 연구하는 학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으뜸으로 치는 건 단연 '종이 매체'다. 최근 '종이책 읽기를 권함'이란 책을 펴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무곤 교수는 "자기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알려면 사색해야 한다"며 종이 매체 읽기를 권유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화려한 영상과 뉴미디어가 사람들을 사로잡는 시대에 종이 매체를 권하는 이유는.

"빠른 세상에도 천천히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종이 매체는 느리기 때문에 얻는 장점이 많다. 영상매체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보는 동안 헤어나올 수 없다. 하지만 종이 매체에 집중하기 위해 사람은 스스로 '정신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말하자면 매체와 인간의 관계에서 주도권이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때문에 종이는 저절로 사람을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서를 전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요즘 아이들이 활자매체를 어려워한다는 우려도 많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같이 가야 하지만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전자화하는 것은 반대다. 사람들이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일 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콘텐츠를 '정보'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전자책의 장점은 많은 양(量)의 정보를 빠른 속도로 전한다는 거다. 콘텐츠는 정보인 동시에 사상(思想)의 결과물이다. 나 역시 설명서 같은 것을 읽을 때는 전차책을 많이 사용한다. 그렇지만 사색하고 탐구하고 깊은 생각을 요할 때는 종이 매체가 효과적이다."

―종이가 미디어로서 갖는 장점이 무엇인가.

"종이는 이미 굉장한 뉴미디어다. 배터리가 필요 없고, 휴대성도 뛰어나다. TV는 편성된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하지만 종이책은 필요에 따라 거꾸로도 중간부터도 볼 수 있다. 인터넷과 전자책의 '북마크(책갈피)' 기능은 종이 매체에서 왔다. 종이 매체는 오감(五感)도 자극한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만져보고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는다. 심지어 침 묻혀 가며 맛도 본다. 거기서 오는 '현물감'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사실 책보다 신문이 더 낫다. 이미 신문은 섹션 별로 나뉘어 있고 필요한 코너에 따라 독자 마음대로 잘라서 볼 수 있지 않은가."

―신문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은.

"내가 강연을 가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혀라. 안 되면 읽어라도 줘라'이다. 신문을 읽는 비행 청소년은 없다. 신문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해 관심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엔 자기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 '검색'이 아닌 '사색(思索)'이 필요하고 사색엔 종이 매체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