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왕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 보건청이 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에 자기 나라 환자를 보내겠다는 협약을 네 병원과 맺었다. 석유 부국 UAE는 매년 13만명의 환자를 전액 국가 부담으로 해외에 보내 진료를 받게 하고 있다. 아부다비의 경우 지난해 3000명이 영국·독일·태국·싱가포르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한국에 온 경우는 54명뿐이었다.

한국 의술은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다. OECD가 지난 23일 발표한 '보건의료 질(質) 지표'에서 한국의 뇌졸중 진료 성과는 세계 1위였고, 자궁경부암·대장암 진료는 2위·5위였다. 선진국 의사들이 매년 200여명씩 국내로 와 로봇수술 연수를 받고 있고, 장기이식·관상동맥우회술·척추·관절·미용성형·불임 치료도 세계 수준의 명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환자는 8만1789명에 불과했다. 태국 156만명, 인도 73만명, 싱가포르 72만명과 견주면 창피한 수준이다. 인도의 아폴로병원 체인 한 군데가 받은 외국인 환자가 55개국 8만2000명이었다. 싱가포르 글렌이글병원은 환자의 60%가 외국인이고, 하룻밤에 최고 5000달러까지 받는 VIP 병실도 있다.

2009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질환 치료를 받은 러시아인은 20일 입원진료 후 1억9000만원의 치료비와 특실입원비를 냈다. 사우디아라비아 부호도 로봇 수술로 전립선암과 척추 수술을 받으며 진료비로 1억2000만원을 썼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아시아 국가들에선 한국의 성형외과·피부과에 가겠다고 돈을 모으는 여성들까지 생겨났다.

의료산업은 자동화가 거의 불가능한 분야여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크다. 2009년 매출액 1조원당 고용 규모가 삼성전자 948명, SK텔레콤 367명, 신한은행 314명인 데 비해 서울아산병원은 6951명이나 됐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작년 말 '2018년까지 가장 빠른 속도로 일자리가 증가할 직업'으로 선정한 20개 가운데 14개가 의료·보건복지 분야였다. 고용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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