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석 정치부 기자

국방부는 25일 수도권과 강원도 거주 예비군이 자신의 주소지가 아니라 과거에 복무했던 부대에 가서 예비군 동원훈련을 받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시행시기를 추후 결정하겠다. 내년에는 기존 방식대로 주소지 근처에서 훈련을 실시한다"고 했다. 23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언론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고, 예비군들도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에 다시 가기 싫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이틀 동안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선 '예비군 대란'이 일어났다. "돈 없고 빽 없어서 전방에서 복무했는데 예비군 훈련받으러 또 가게 생겼다" "1박2일 훈련 받으려고 강원도 오지까지 가란 말이냐" "군 미필자들이 모인 MB정부의 탁상행정" 등 글들이 이어졌다.

군 입장에서는 작년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이후 국가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마당에 예비군들의 이런 반응이 야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 예비군은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에 가서 훈련을 받기 때문에 강한 예비군을 유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군이 예비군의 전투력 향상을 도모하려면 그에 앞서 군에 대한 신뢰부터 확보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러려면 새 제도를 시행하기 앞서 충분히 여론수렴을 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최근 3년 동안 육군에서 28개 부대를 대상으로 이번 제도 개선안을 시험 실시한 결과 훈련에 참여한 예비군 44%가 찬성하고 38%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인원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옛 전우를 만나 기뻐하는 예비군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여론은 정반대로 나왔다. 국방부 기자단은 해당 설문조사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과 강원 지역에 근무하는 150만명의 예비군 중 이번 제도변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예비군은 2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졸속정책을 내놨다가 이틀 만에 거둬들인 군 당국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