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훈 사회정책부 기자

"나는 학급담당선생님의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 관한 질문에 공정하게 답변하고 있습니까? '매우 그렇다'라고 생각하면 1번, '보통이다'라면 3번, '매우 그렇지 않다'면 5번에 체크해주세요."

위 질문은 A중학교의 교원평가(학생·학부모 대상 만족도 조사) 설문지에 나오는 유일한 객관식 질문이다. 교사가 평소 수업을 제대로 준비하는지, 학생들에게 열정을 갖고 지도하는지 등 본질적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모두 주관식 서술형으로 쓰도록 돼 있다. 주관식 답변은 점수로 계량화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 딱 하나 있는 이 객관식 문항도 엄밀히 따지면 교사 평가로 보기가 힘들다. 이런 방식은 교과부가 실시하는 교원평가제를 무력화하려는 편법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사는 그 실적과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않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장·교감이 교사의 근무평정을 매기기는 하지만 1년에 단 한 차례뿐이고, 그나마 그 점수가 교사의 교내 인사나 급여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수한 교사와 태만한 교사가 정년까지 별 차이 없이 평가받는 관행을 고치려고 교원평가제가 작년 말 도입됐다. 교장·교감이 하던 기존의 평가와 별도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만족도 조사'라는 이름의 설문지를 1년에 한 차례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그래도 교사들을 존중, 만족도 평가 결과를 인사·급여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만족도 점수가 최하위권인 교사에 대한 연수만 시키는 쪽으로 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노력하지 않는 일부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자극을 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조차도 국회에 제출된 지 2년이 되도록 잠자고 있다.

여야 모두 다른 국회 일정을 핑계로 대거나 일부 교사들에 대해 눈치 보기를 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일부 지방교육청들이 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원평가제는 전국 2600명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6%가 찬성했다(교과부 실시). 교사들이 끝내 평가를 거부하면 교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