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영하의 날씨 속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K리그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 울산―수원전. 울산이 전반 21분 김신욱, 수원이 후반 38분 마토가 한 골씩을 넣어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후반 14분 김호곤 울산 감독이 마지막 남은 교체 카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교체를 알리는 번호판이 올라가자 김영광(28)이 나오고 김승규(21)가 들어갔다. 2006·2010 월드컵 대표를 지낸 베테랑 수문장 대신 올 시즌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후보 골키퍼가 투입되는 장면이었다.
과감한 승부수엔 이유가 있었다. 김승규는 나이는 어리지만 승부차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8년 18세의 김승규는 포항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연장전 종료 직전 교체 투입돼 승부차기 두 개를 막아내 팀 승리를 이끈 기억이 있다. 당시 그 경기는 김승규의 K리그 데뷔전이었다.
수원의 첫 번째 키커 마토는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울산 골키퍼 김승규도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해 몸을 날리는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울산의 첫 번째 키커 설기현이 크로스바를 맞혀 승부는 수원 쪽으로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했다. 수원의 2번 키커는 염기훈. 울산 골키퍼 김승규는 요란한 손짓으로 자신의 왼쪽을 가리켰다. 자신이 그 방향으로 뛸 것이란 제스처였다. 심리전에 휘말린 듯 염기훈은 김승규가 가리킨 반대 방향으로 지나치게 꺾어 차 실축했다.
김승규는 이후에도 줄기차게 왼팔을 들어 자신이 뛸 방향을 키커에게 알렸다. 그 동작이 부담이 됐는지 수원의 3번 키커 양상민이 골대 위로 공을 넘겼고, 4번 최성환은 골대를 맞혔다.
반면 울산은 현(現)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을 상대로 루시오·김신욱에 이어 고슬기까지 골 맛을 보며 승부차기 3―1 승리를 확정했다. 왼손 부상으로 1년을 쉬었다가 극적인 등장으로 팀 승리를 이끈 김승규는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김승규는 이날 승리로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아쉬움도 씻었다. 김승규는 당시 UAE(아랍에미리트)와의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직전 교체됐다. 홍명보 감독은 이범영이 승부차기에 낫다고 판단해 김승규 대신 투입했지만 연장 종료 직전 실점을 하며 한국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김호곤 감독은 경기 후 "김승규 교체는 김성수 골키퍼 코치의 판단이었다. 완벽히 들어맞아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6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울산은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3위 이내의 팀에 주어지는 내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울산은 26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과 단판 승부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 K리그와 FA컵,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을 노렸던 수원은 이날 패배로 올 시즌 무관(無冠)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