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까운 유망주 하나가 살해돼 메이저리그(MLB)는 비통에 잠겼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던 네덜란드 출신 외야수 그렉 할만이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동생의 칼에 찔려 숨져있는 걸 신고를 받고 출동한 로테르담 경찰이 발견했다.
1987년생 우타자 할만은 같은 팀의 알렉스 리디(이탈리아)와 함께 앞으로 MLB 세계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떠맡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특급유망주였다.
네덜란드의 추신수
미국으로 야구유학을 와 성공한 유럽선수가 아닌 유럽에 차려진 야구 아카데미 등을 통해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가 스스로 배출하고 키워낸 야구스타라는 점에서 그랬다.
최근 정대현이 한국프로야구 출신선수로는 처음으로 MLB 직행을 이뤄 관심이 뜨거운데 할만의 경우는 한국의 박찬호나 추신수, 일본의 노모 히데오, 이치로 스즈키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야구 붐의 열쇠를 쥔 개척자 내지는 선구자였다.
만약 할만이 성공했으면 한때 박찬호를 보고 열광했던 한국처럼 유럽에 야구 붐이 급격히 조성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특히 할만은 '네덜란드의 추신수'라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시애틀 팜(farm:마이너리그)이 배출한 마이너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알아주는 외야수 유망주라는 사실이 닮은꼴이다.
버드 셀릭 MLB 커미셔너가 직접 나서 "우리는 젊고 재능 있는 선수를 잃었다. 야구계의 큰 손실이다"고 서둘러 애도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세계화의 측면에서 한 마디로 가치가 매우 컸던 선수였다.
미래 '40홈런 거포' 잃어
할만은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툴-플레이어'라는 장점과 추신수와는 다르게 막강한 피지컬(193cm-90kg)도 보유했다.
향후 MLB에서 40홈런이 가능했을 거포의 자질을 타고났었는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불과 16살 때 네덜란드 야구대표팀에 뽑혔을 만큼 타고난 소질을 보였던 야구신동이었고 두뇌도 명석해 생전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던 걸로 알려졌다.
독일어와 영어, 미국진출 뒤는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스페인어를 익혔고 캐리비안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파피아멘투라는 언어도 곧잘 했다.
시애틀은 할만이 17살 때인 지난 2004년 넌-드래프티드 자유계약선수(FA)로 네덜란드에서 모셔왔다. 3년간 마이너리그를 거쳐 MLB급 선수로 훌륭히 키워냈는데 이제 제대로 써먹으려던 찰나 거포유망주를 잃어 침통함을 금치 못한다.
시애틀은 단타 위주의 노쇠한 이치로를 대체할 후계자를 천신만고 끝에 몇 명 키워놓았다. 할만을 비롯한 카를로스 페구에로, 마이클 선더스 등의 유망주들이 주인공이다.
그 선두주자가 할만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