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의 성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재정 위기 영향으로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이 감소하면서 내년 1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독일 경제의 위축은 곧 유로존의 위기대응력 약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 獨 경기 확장세, 눈에 띄게 줄어
지표상으로 올해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소폭 개선되고 있긴 하다. 독일 연방통계국에 따르면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1분기 1.3%를 기록했고, 이후 2분기 0.3%로 크게 둔화했지만, 3분기 0.5%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4분기와 내년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럽과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것이 주 요인이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재무부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 경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느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무부는 유로지역과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로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기계류 수출이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 9월부터 16개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수출은 약 40%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내수 가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도 독일의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0.5~1.0%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 및 해외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시아지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존 위기를 주도적으로 수습하는 독일의 경기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올 4분기 성장률은 -1.4%로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삼중 딜레마에 빠진 獨
독일 경제가 반등하기 위한 기회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현재 유로존내에서 트릴레마(삼각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은 유로존과 관련해 3가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첫째,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살아남는 것, 둘째, 구제금융에서 독일의 지원분을 줄이는 것, 셋째.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3가지 희망은 동시에 이루기 힘든 요소들이다. 유럽 위기를 주도적으로 나서서 수습하고 있는 독일에게 구제금융에서 출자 비율을 줄이는 것은 곧 유로존 위기의 재점화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유로본드 발행에 대한 압박도 이어지고 있어 독일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ECB가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내 경제 대국들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유럽 상황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ECB가 국채 매입을 늘리고, 금융 시장의 불안감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과거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독일은 이러한 과정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부실 채권을 늘린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ECB의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가 인플레이션 범위를 2%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이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는 독일과 같이 유로존을 이끄는 국가에게는 2.5~3.0%에 이르는 높은 물가 상승률을 의미하기 때문에 독일은 반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독일이 이 3가지 중 한 가지만 포기하더라도 유로존 위기를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독일은 세가지 모두를 이루고 싶어하고, 이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속에서 쉽사리 자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산업 생산은 희망적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독일의 산업기반이 튼튼하고, 생산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FT에 따르면 독일산업연맹(BDI)은 "현재 경기 후퇴 우려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독일의 산업 기반과 생산 주문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BDI는 이와 함께 "2년간 강한 성장세를 보인 후, 약간의 경기 후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경기 후퇴에서 회복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독일 의회 유관 기관인 IW경제연구소는 지난 가을 실시한 조사에서 2600개의 기업이 내년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 제품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현재 독일 내 노동시장의 상황이 매우 좋다"며 "이는 내수를 늘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외르크 아스무센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내년 세수가 지난 10월 기준으로 약 11.5% 늘 것이라며 이는 경제 성장세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