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까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7%대로 치솟아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공포가 재차 확산되고 있다. 통상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서면 정부가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 국제금융기구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이 이런 전철을 밟았다.

그러나 누트 웰링크 전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의장은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7%'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면서, 현재 유럽의 위기는 경제적 위기라기보다 정치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부채비율이 높은 그리스(GDP 대비 부채비율 150%)의 경우 국채금리 상승이 큰 부담이 되지만, 부채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스페인(부채비율 GDP의 60%)에는 (국채 금리의 일시적인 상승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데도, 유럽의 정치적 협력이 미진한 탓에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트 웰링크 전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의장.

그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그가 의장을 지낸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BIS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감독의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위원회다. 그는 세계경제연구원ㆍ아시아개발은행(ADB) 공동주최로 2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금융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웰링크 전 의장은 "외환위기 때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문제국가'들이 결단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만이 유럽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독일과 한편에 섰다. 최근 영국프랑스 등은 ECB가 국채매입을 확대하는 등 금융위기 소방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웰링크 전 의장은 "ECB가 발권력을 동원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신 유로존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증액문제가 조속히 합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