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장기면 주민 600여명은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사 앞에서 발전소 유치 반대에 앞장선 시의원 6명을 본떠 만든 허수아비 등을 불에 태웠다.

경북 포항시가 복합화력발전소(이하 발전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전소 유치 의사를 밝혔던 포항시가 최근 의회 반대로 이를 백지화하자, 그간 유치에 힘썼던 일부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집단행동에 들어간 주민들은 비난의 화살을 시의회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면밀한 사업계획에 따른 확고한 추진의지 없이 일만 벌인 포항시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포항시는 중국 선전 광둥핵전집단공사(CGNPC) 영빈관에서 다국적 전력기업인 MPC 및 MPC코리아홀딩스 등과 발전소 건립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항지역 내 198만3000여㎡(60만평) 부지에 유연탄과 LNG 등을 원료로 시간당 5000㎿(메가와트) 가량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짓는다는 게 주 내용이다. 착공 후 5년여간 총 7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포항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발전소가 건설된다면 사업기간 동안 연간 30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 500개가량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며 "발전소 주변지역엔 1000억여원의 특별지원금이 지원돼 주민숙원사업들도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구 장기면과 구룡포읍 등 2개 지역 주민들은 지난 9월부터 제각각 유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마을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화력발전소가 주민소득 증대와 지역 숙원사업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전 주민이 똘똘 뭉쳐 화력발전소 유치에 반드시 성공하자"고 외쳤다.

하지만 같은 시기 포항환경운동연합과 구룡포 어민단체 등은 "화력발전소는 기본적으로 공유수면 매립, 유연탄 사용, 열폐수 배출 등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최악의 공해시설이다"고 주장하며 발전소 건설에 반대했다. 또 시의회 역시 "발전소 사업은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사업자금 조달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의문스럽다"며 발전소 유치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포항시는 지난달 7일 예정됐던 입지선정 발표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1달가량 연기했으나, 같은 달 27일 시의회가 임시회에서 '포항 복합화력발전소 건립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자, 즉각 "시의회 결정을 존중하고 시민들 반대 여론을 적극 수용하는 차원에서 유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시는 의회를 설득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발전소 건설 계획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자 후보지 2곳 중 우선 순위로 거론됐던 장기면 주민들은 시의회를 성토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7일 장기면유치추진위원회는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의회는 생존권 차원에서 발전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주민들의 열망을 저버렸다"며 "이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앞으로 무기한 규탄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튿날엔 시청 앞 광장에서 발전소 유치 반대에 앞장선 시의원 6명을 본떠 만든 허수아비 등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고 있지만 포항시는 현재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 측은 "의회와 주민 간의 갈등이 첨예하지만 당장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포항경실련 이재형 사무국장은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면밀한 검토과정이 필수인데 시는 확고한 의지 없이 즉흥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치자 바로 포기했다"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포항시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작 갈등을 불러온 당사자는 아무런 사과 한마디 없이 모든 책임을 의회로 돌리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큰 상처를 입은 장기면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포항시가 직접 대안을 마련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